자청비가 가져온 제주메밀 신화 재창조

2017-05-03     양창희

제주 자청비 신화에서 자청비는 옥황제로부터 ‘오곡종자’와 ‘열두시만국’을 얻어 음력 칠월 열나흘날 문도령과 함께 지상에 내려온다. 그러나 자청비가 지상으로 내려 올 때 메밀 씨를 잊고 와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 가져와 뿌리다 보니 메밀 수확 시기가 조금 늦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메밀하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강원도 봉평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주산지 역시 강원도일 것이라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2016년 통계청 농작물 생산조사에 따르면 전국 메밀 재배면적은 3177ha인데, 이 중 제주가 43%인 1382ha로 국내 최대 메밀 생산지는 강원도가 아닌 제주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제주에서 생산된 메밀은 원곡형태로 출하되어 강원도 봉평으로 가고 전국의 소비자들은 그곳의 브랜드로 알고 찾고 있어 제주지역의 한사람으로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농업기술원 동부농업기술센터는 메밀재배농가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10억 원을 투입하여 선별, 도정, 제분 등의 1차 가공시설과 제주메밀의 브랜드 개발을 위한 ‘메밀 자급률 향상 지역 전략 주산단지 육성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메밀은 건조 후 1차 도정만 하더라도 현재의 2배 가격을 보장 받을 수 있어 향후 농가소득 작물로 키울 수 있다. 2016년도에는 가공시설 및 저온저장고 시설과 메밀 등 곡물건조기를 설치하여 기반을 마련하였고 올해는 메밀과 잡곡 가공라인을 설치하여 잡곡 종합물류센터로서 운영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업 첫해인 지난해 가을에는 시범사업 농가가 재배하는 오라동에 위치한 도심속의 메밀밭 100ha을 개방하여 도민들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제주가 메밀의 고장임을 알린 바 있다.

이번 추진하는 사업은 단지 시범사업 농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제주도 메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시도이며 제주의 메밀 농가들을 모아 협의체를 결성하고 제주메밀 브랜드 향상의 계기로 삼아 메밀하면 제주를 연상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몇 년 후 메밀꽃 향기가 제주의 들녘을 진동하게 하고 메밀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춤 출 날이 올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