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려는 사람들, 잊으려하는 사람들

참사 3년째 추모·애도 행렬 여전히 진행중
‘4월’ 마주한 생존자들은 고통 속 나날들
“현실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 형성 중요”

2017-04-17     오수진 기자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에게 많은 것을 안겨줬다. 무능력한 정부에 대한 분노감와 지켜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안함을. 또 그것은 ‘그날’을 기억하겠다는 무언의 약속으로 변화했다.

지난 16일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가라 앉은 지 3년이 지난 날이었지만, 그날을 잊지 않고 추모·애도하기 위한 행렬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찾아온 4월 16일은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식(기억문화제)’임에도 오히려 그들에게 더욱 큰 고통이었다.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특히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고, 4월 사고 시점이 다가오면서 언론 등을 통해 자주 세월호 관련 소식을 직면하게 되는 것 역시 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고 했다.

지난 8일 제주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와 그의 가족들은 인양된 세월호를 보기 위해 목포 신항을 찾았었다. 자신의 생계와 꿈이었던 화물차와 마주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걸음에 달려갔지만, 정작 세월호와 마주한 그는 또다시 아픔을 겪었다. 

김동수씨 아내 김형숙씨는 “처음에 올라갈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막상 세월호를 보니 예전 기억이 떠올라 충격을 받고 마음이 안 좋아져 엉엉 울고 그랬다. (지금은) 직접 보고 오니까 훨씬 더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탑동해변공연장과 제주시청 일대에서 시민단체 주도의 추모 문화제가 열렸던 어제, 세월호 제주 생존자들은 자신들만의 조촐한 식사 모임을 가졌다.

제주도청 세월호 심리지원 담당자는 “특별한 행사라기 보다 지나간 얘기를 하는 자리었다”며 “시민단체에서 하는 것은 세월호의 목적지가 제주였기 때문에 ‘세월호’ 그 자체를 추모하기 위함이었다고 보고있지 제주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 행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의 아픔, 생존자의 아픔은 크다 작다의 차이가 아니라 개개인의 고유한 아픔일 뿐이다”며 “서로가 잘 녹아들면 다행일텐데, 현실적으로는 생존자의 아픔은 뒷전인만큼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4월이면 되살아난다는 것이 그들을 더욱 힘들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 세월호 생존자는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라고 하는데, 무엇을 기억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나는 그날 배에 오르던 날을 잊고 싶다”고 말했다.

한 정신과 관계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정어린 시선과 위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세월호 사고로 겪은 상처에 대한 현실을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주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