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장 ‘Zoom-In’]‘찾아가는 공연’ 과연 좋기만 할까

서귀포시 작년 11건서 올해 35건 확대…제주시도 증가세
예산없이 열악한 장소 공짜 공연 “질 낮은 음악” 회의론도

2017-04-17     문정임 기자

장애인이나 노인, 학생을 직접 찾아가는 공연이 늘고 있다. 시민 곁으로 한 발짝 다가가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따뜻한 행정으로도 평가되지만, 예산 없이 공짜로 만들어진 공연에 품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서귀포시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제주도립서귀포예술단(관악단, 합창단)은 찾아가는 공연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서귀포시는 올해 도립서귀포예술단의 추진방향을 ‘시민에게 다가서는 예술단 운영’으로 정하고 학교, 5개 읍면, 복지시설 등 다양한 장소로 찾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6년 11회였던 공연은 2017년 35회로 대폭 늘어났다.

제주도립제주예술단(교향악단, 합창단) 역시 지난해 30회였던 공연 횟수를 올해 33회로 늘리기로 했다. 

행정은 문화향유가 어려운 계층에게 공연을 선물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도 찾아가는 공연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당수의 단원들도 찾아가는 공연의 취지에 공감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산·기획 없이 ‘쉽게’ 짜인 공연이 얼마만큼 질 높은 음악을 선물할 수 있을 지에 회의적인 시각을 제기한다.

장소와 시기, 대상에 따라 연주곡목이 달라져야 하지만 편곡자가 없는 제주도립제주예술단의 경우 선곡의 폭이 좁고 대충 만들어진 곡을 들려주게 된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나무로 만들어진 현악기는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실외 공연은 단원들에게도 부담이다. 한 단원은 “일단 밖에서 공연을 한다고 하면 세컨드 악기를 들고 간다”며 “그럼에도 열악한 장소에 자주 가다보면 나무 판이 뒤틀려 수리를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세컨드 악기는 메인 악기에 비해 소리의 질도 낮다.

서귀포예술단의 관계자는 “예산 편성 없이 횟수만 늘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서귀포예술단의 경우 프로그램 운영비 8000만원 대부분이 연간 7~8회 잡힌 정기·신년·송년 음악회에 소진된다”며 “공연의 성격에 맞게 무대도 꾸미고 싶지만 현재는 기존의 잘 알려진 합주곡들을 돌려가며 연주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차라리 버스를 보내 그들을 ‘좋은 공연장’으로 초청하라고 말한다. 또 찾아가는 공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정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한다.

예술단의 여러 관계자들은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든 공연장을 두고 꼭 열악한 장소를 찾아갈 필요가 있느냐”며 “보여주기식 행정 말고, 연주하고 듣는 사람이 편안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