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세력’ 희생자들에 위로 들려주실 것”

강우일 주교 부활절 메시지 발표…15일 중앙주교좌성당서

2017-04-16     문정임 기자

천주교제주교구장인 강우일(베드로) 주교가 “금년의 봄은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죽음이 생명을 이길 수 없음을 증명해주는 희망찬 봄”이라며 “악의 권세로 무덤에 묻힌 희생자들의 고통과 비분에 위로와 환희의 목소리를 들려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강우일 주교는 15일 오후 10시 천주교제주교구 중앙주교좌성당에서 발표한 2017년 예수 부활 대축일 사목서한에서 “3년 동안 어두운 바다 밑바닥에 파묻혀 있던 세월호가 떠올랐고, 304명의 귀중한 생명을 수장해버린 우리 사회의 그릇된 구조와 관행과 악을 옹호하고 지키던 제왕적 권력이 허물어진 봄”이라며 “이 봄에 우리는 세월호 희생자들만이 아니라 ‘죽음의 세력’으로 갑자기 비통하게 사로잡혀간 많은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강 주교는 “해고 무효소송을 벌였던 KTX 계약직 여승무원이 패소하자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고, 전철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네 명이나 죽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유출 혐의를 받던 최경락 경위는 외부의 압박이 커지자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고, 경제사범으로 조사 받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자신이 돈을 건넨 인사 리스트를 호주머니에 넣고 자결했으나 그 리스트의 진실은 결국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철도에서, 제철소에서, 우리 산업 모든 분야에서 이렇듯 원인도 밝혀지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사죄도 없고 보상도 없는 억울하고 비통한 죽음들이 줄지어 이어지고 있다”며 “세상의 누구보다 억울하고 비통한 죽음을 당하신 우리 주 예수님께서는 악의 권세를 물리치시며 무덤에 묻힌 모든 희생자들이 겪은 고통과 비분에 위로와 환희의 목소리를 들려주실 것”이라고 염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