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사유화 부영호텔 허가 신중 기하길

2017-04-13     제주매일

제주의 절경(絶景) 곳곳을 돌아보면 어김없이 호텔 등 관광위락시설이 들어서 있다. 거의 대부분 외부 자본이 투입돼 조성된 것이다. 이로 인해 도민들이 공유하던 빼어난 경치들은 이미 사유화(私有化)된지 오래다.

이는 먼 과거만의 일은 아니다. 성산 일출봉과 함께 절경을 자랑하던 신양리 섭지코지도 10여년 전 보광그룹에 넘어갔다. 그 곳에 우뚝 세워진 피닉스 아일랜드는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일출봉 조망권까지 앗아가 버렸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얼마나 유명한들 수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천혜의 자연경관보다 나을 수는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윈드서핑 등 도내 해양레저의 메카인 신양리 바닷가도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해안 사구(砂丘)가 사라지면서 제 기능을 상실했다. 개발지상주의 망령과 한치 앞도 보지 못한 졸속 행정의 결과물들이다.

최근 들어 중문관광단지 2단계 조성사업(부영호텔2~5동 건립)과 관련 ‘경관 사유화’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호텔이 들어서면 중문동 지삿개 해안의 주상절리대가 사실상 호텔 품에 안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곳의 주상 절리는 높이 30~40m, 폭이 약 1km 정도로 우리나라 최대 규모로, 2005년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지정됐다.

대천·중문·예래동이 지역구인 현정화 도의원은 12일 속개된 도정질문을 통해 “주상절리 부영호텔 사업에 대한 환경보전방안 협의는 약식 절차가 아닌 환경영향평가심의를 통해 환경 및 경관가치를 전문성 있게 받아야 한다”며 호텔 허가와 관련 엄격한 심의를 주문했다.

특히 중문관광단지는 당초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국가에 내준 땅이지, 결코 부영이라는 개발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주민들이 헐값에 내준 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관광단지 개발 당시 토지 강제수용으로 상당수의 주민이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법적 근거 등의 법률 자문과 함께 도의회 동의에 준하는 엄격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결정하겠다”는 다소 진일보된 입장을 피력했다.

지삿개 주상절리마저 특정 호텔의 사유물처럼 둔갑된다면 관광 등 전반에 걸쳐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이 문제는 원 도정의 미래비전인 ‘청정(淸淨)과 공존(共存)’의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제주도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