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저편에서

2017-04-12     고현수

사람들 저마다의 경계
경험·지식 따라 생각 다르기 때문
이로 인해 갈등과 대립

하나의 명확한 기준 필요
경계 저편으로 다 같이 나아가야
보는 게 같으면 생각도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경계를 갖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경계에 따라 저마다 경계하는 것이 달라지며, 경계하는 것이 다르기에 저마다의 일에 대해 경계를 하게 된다.

지난 2일 일요일 저녁 8세 아동을 살해하고 유기한 사건을 언론으로 접했다. 이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17세의 여고생이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새로운 사실들이 추가로 전해졌다. 이 여고생은 조현병(調絃病)을 앓고 있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나누어진다. 처음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동일했을 것이다. “살인을 저지른 17세의 여고생은 분명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그러나 이 여학생에 대한 추가적인 사실을 접하고 나서는 ‘감형해야 한다’와 ‘감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으로 나누어진다. 감형 의견도, 감형 반대 의견도 잘못된 건 아니다. 각자의 타당한 근거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견이 대립하고 충돌하지만 법치에도 인간주의가 작동돼야 한다는 것에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사건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 대립과 갈등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사건 이외에도 언론 등으로 보도되는 무수히 많은 사건들, 가깝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부터 세월호 사고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대립의 상황들이 지속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토록 대립하게 하는 것인가? 하나의 사건에 대해 서로의 의견이 대립하는 이유에 대해 필자는 서두에 밝혔다. 바로 저마다의 경계. 이 저마다의 경계로 인해 의견 대립의 상황이 발생한다. 서로 같은 소리를 내고 있어 보여도, 실상은 모두가 다른 뜻을 가지고 그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 대립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경계’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분간되는 한계(境界)’, ‘옳고 그른 경위가 분간되는 한계(經界)’, ‘옳지 않은 일이나 잘못된 일들을 하지 않도록 타일러서 주의함(警戒)’이다. 얼핏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뜻을 지닌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경계(기준)를 갖고 있으며, 그 경계(기준)에 따라 저마다 경계(시비 판단)하고, 저마다의 일에 대해 경계(설득)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저마다의 기준에 따른 시비 판단과 그 판단에 의한 상대의 설득 등 이때의 ‘기준’이라는 것은 저마다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고, 저마다의 지식이나 그 밖의 어떤 것 등에서 근거한 것일 수도 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저마다이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로의 기준이 명확히 다른데 어찌 대립하지 않겠는가? 하나의 사건에 대한 의견 대립을 막기 위해서는 명확한 하나의 기준이 필요하다.

명확한 기준에 따른 주장의 결과를 우리는 목도했다. 계속해서 투쟁한 촛불집회 참가자의 모습들을. 최초의 촛불보다는, 그 다음 촛불의 힘이, 그리고 그 다음. 그리하여 우리는 모든 이들의 희망을 담은 결과물을 얻지 않았던가.

처음의 촛불이 상대방에게 부정당한 것은 그들이 인정하는 기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면, 지속된 촛불은 태극기집회에서의 야구 방망이나 죽창이 아니라 나비 스티커의 힘으로 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공감과 동의를 얻지 않았던가. 과격하고 폭력적이라는 모호한 기준이 아닌 모두가 인정하는 평화로우며 축제와 같은 명확한 기준, 그 기준을 세움으로써 우리는 상대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명확한 그 하나의 기준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답은 나와 있다. 그 기준을 정하기 위해 경계의 저편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계의 저편에서 바라본 경치는 분명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보는 것이 다르다면 말하는 것은 당연히 다르지 않겠는가. 태극기를 들었던 자여. 경계의 저편으로 나아가보라. 그렇게 한다면 태극기를 어디에서, 어떻게 휘날려야 더욱 멋있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