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에 막힌 택시 승차대

도로교통법 횡단보도 10m 이내 등 금지
택시 수요 많은 곳 설치 불가 ‘아이러니’

2017-04-12     오수진 기자

택시의 불법 행위를 막고 시민들의 원활한 택시 이용을 위해 마련된 택시 승차대가 각종 규제에 밀려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택시 승객들의 택시 승차대 이용률도 자연히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는 시도지사는 지역주민의 편의를 위해 택시 이용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에 택시 승차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설치·시설 기준과 교통 여건은 지방경찰청장과 협의 하도록 돼 있지만, 수요가 있다면 어디든지 승차대 설치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택시 승차대 설치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금지 단속지역을 피해야 하고,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곳 역시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시는 승객의 승·하차의 목적이 아니라면 주·정차 금지 구역에 장시간 머물러 있을 수 없는데, 버스 승차대 10m 이내, 횡단보도 10m 이내 등 택시 수요가 많은 곳들은 대부분 단속 지역으로 승차대 설치가 제한되고 있다.

이렇게 두 법률이 충돌하면서 택시 수요가 많음에도 설치는 정작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시내버스 터미널이다.

택시기사 김평규(50)씨는 “승객들이 몰리는 중요 지점마다 승차대를 배치한다면 기사들도 손님을 태우기 위해 시내 전역을 배회하지 않을 것이고, 피로감도 덜해 안전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터미널 주변은 불법인 걸 알면서도 손님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머물러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제주도에서 설치한 택시 승차대 시설인 택시베이 5곳, 일반 승차대 6곳, 방범용 승차대 5곳, 노면 표시 정류소 8곳 등 모두 24개소(제주시19·서귀포시5)가 있다.

노형 주민 김모(59·여)씨는 “외출할 때 택시를 이용하지만, 집 주변에 택시 승차대가 없어 길거리에서 오는 택시를 잡아 타고 다닌다”면서 “급할 때 택시가 안잡히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은데, 승차대가 있다면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택시 승차대 설치를 하려면 교통 관련 기관과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적합성 여부를 협의 해야 한다”며 “현장 점검을 통해 신시가지 주변 외수요가 있는 곳을 파악해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