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은 여신(女神)인가 민중의 상징인가

장성철(제주시 건입동)

2017-04-06     문정임 기자

예로부터 1970년대까지 제주에서 설문대할망 설화는 전설(옛날이야기)로 받아들여 왔다. 이는 설문대할망은 ‘전설의 주인공’ 곧 ‘탐라 민중(여인들)의 상징’이었다는 말이다.

한편, 일제 점령기에 일본 지식인들은 한국에서 역사 · 설화 등도 조작하고 분묘도 도굴하는 만행을 자행했다. 바로 이때부터 이들은 설문대할망을 ‘여신’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그리고 1950년대에 들어, 일본 학자들은 설문대할망은 자국의 신들과 같은 계열의 신이라는 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그 이면에는 ‘대동아공영권 확립 · 확산’을 위한 저의(底意)가 들어 있었다. 대동아공영권이란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내건 정치 구호로, ‘일본 · 한국 · 중국 남부 등은 뿌리가 동일하니 일치단결하여 서양세력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여하튼, 한국 구비문학계가 일본 학자들의 이 주장에 동조하여 설문대할망을 여신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모계중심사회 소산인 거녀(巨女)설화를 갈망해서였으리라. 거녀설화는 한 민족이 유서 깊다는 증표이니까.

그리고 제주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세력이 나타났다. 그래서, 설문대할망을 여신으로 만들기 위한 유치하고 역겨운 조작들이 행해졌다.

설화가 오늘날 의미 있는 것은 그 이면에 역사 · 정신 등이 들어 있어서이다. 그럼, 설문대할망 설화 이면의 역사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그것이 신화일 때에는 ‘제주와 일본은 뿌리가 동일하다’라는 거짓 역사이고, 전설일 때에는 ‘고려가 탐라 국호를 폐한 1105년 이후 탐라 민중(여인들)이 소위 ‘육짓놈’들의 모진 핍박에 끈덕지게 항거하다’라는 참된 역사이다.

지금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설문대할망이 탐라 민중의 상징인지 여신인지를 따져볼 공개적인 토론회 한 번 개최함 없이 돌문화공원에다 설문대할망 신화관을 짓고 있다. 그러면서, 이 신화관을 초·중등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장(場)으로 삼겠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조작된 거짓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다니, 정말이지 언어도단이다. 지금,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일본국 소속인가, 한국 소속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