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공방만 남긴 ‘보성시장 현대화사업’
2015년 새단장 “중국인 겨냥” 입주자들 모집
상인들 “내국인조차 없어 철수…금전 손해 커”
보증금 반환요구에 투자사 손배·업무방해 고발
지난 2015년 9월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등을 통해 옛 명성을 되찾겠다며 야심찬 새 출발을 알렸던 제주시 보성전통시장이 최근 투자회사와 입점 상인들 간 소송이 이어지면서 원성만 쌓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72년 3월 문을 연 보성시장은 1990년대 대형유통매장 등장 이후 시장 기능이 크게 축소됐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상가 건물2층과 3층에 입주했던 볼링장 폐쇄되면서 토지와 소유권 문제 등으로 침체를 겪는다.
하지만 2012년 상인 56명이 연대해 1층 외 보성시장 건물과 토지를 확보한데 이어 2013년과 2014년 연속 중소기업청 전통시장현대화사업 대상에 선정(국비 4억4500만원, 8600만원의 지원)되는 등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그해 5월 보성상인협동조합이 조직됐고, 9월부터는 시설 정비 및 보수 공사를 진행, 성공적으로 마무리, 2015년 9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당시 시장 건물을 현대식으로 리뉴얼해 비어있던 2층과 3층에 화장품, 건강식품, 특산품, 유아용품 등의 입주업체를 모집하면서 제주최대의 종합잡화점이었던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당초 중국인들을 겨냥한 쇼핑몰이라는 투자자 유치 업체의 설명과 달리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일반 고객들조차 찾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 상인들(60여 곳)은 영업 시작 5~6개월 정도 지나자 투자회사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요구를 시작했고, 투자회사는 오히려 관리비 미납에 따른 손해배상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입주상인들을 고발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입주 상인들 역시 관할 경찰서 등에 고발을 진행하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번일로 피해를 봤다는 한 상인은 “중국인은커녕, 내국인도 찾지 않아 개점 수개월 만에 정신적·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 철수했다”면서 “이번일로 억울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이 많다.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적잖은 혈세가 투입된 만큼,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