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갈등’에 굳게 닫힌 방과후 학교

제주시 모 학교 특수교사 “업무분장 과도”vs 교장 “다른 곳과 같아”

2017-03-28     문정임 기자

개학 한달 불구 프로그램 미개설…피해 아이들·학부모에 ‘고스란히’

“원래 오늘 미술 수업을 듣는 날인데, 학교가 방과 후 프로그램을 열지 않아서 아이를 데리러 왔어요.”

28일 오후 1시. 제주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를 마중 온 엄마를 만났다. 장애를 가진 자녀는 일반 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받는데 소속한 특수학급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개설하지 않아 점심 식사 후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고 했다.

엄마는 “방과 후 학교를 왜 안하는 지 학교에 물었더니 업무를 누가 맡을지 정하지 못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가 특수교사와 교장 간 업무 분장 갈등으로 개학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개설하지 않고 있다.

특수교사는 “강사 채용과 급여 지급 등의 방과 후 업무를 교사가 맡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고, 교장은 “다른 학교에서도 관련 업무를 교사들이 맡고 있다”며 이견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 학교 특수교사 A씨는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계업무를 교사가 처리하면 어느 시간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준비하느냐”며 “업무 분장이 잘못됐는데 이의를 제기해도 학교 측이 받아주지 않아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교장 B씨는 “모든 초·중학교에서 특수학급 방과 후 학교 업무는 특수교사가 맡고 있다”며 “A씨가 싫다고 A씨의 업무를 다른 교사들에게 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 학교에는 행정 실무사가 없어 당장 이 업무를 맡길 사람도 없을 뿐 더러, 업무 분장의 문제는 모든 학교에서 전체적으로 개선이 논의될 때 얘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일반론적인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처럼 학교가 업역 문제로 갈등을 빚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갔다.

이 학교 특수학급 장애아동 6명은, 같은 학교 친구들이 방과 후 수업을 듣는 시각 엄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야 했고, 학부모들은 방과 후 더 긴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느라 기존에 계획했던 일정들에 차질을 빚었다.

해당 학교는 취재가 들어가자 28일 방과 후 강사 채용 공고를 냈다.

일각에서는 너무 더딘 수습이라는 지적과 함께, 소수 학급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더 서둘러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