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 이번엔 ‘뺑소니 사망사고’ 연루
제주경찰의 기강해이가 도(度)를 한창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만 절도와 음주운전, 뺑소니 등 4건에 연루됐다. 도민의 안전과 치안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오히려 도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는 것이다.
모 순경이 지난 14일 제주시내 미용실에 들어가 금품을 훔쳤다 붙잡혔는가 하면, 다음날엔 동부경찰서 모 경사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그것도 소속 경찰서장까지 나서 음주단속 및 안전운전 캠페인을 벌이는 와중이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부하 여직원 성추행 사건도 진정 접수로 불거졌다. 제주경찰청이 해당 간부(경감)를 직위해제했다고 하니, 결코 의혹(疑惑)만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최근에 발생한 ‘뺑소니 사망사고’는 뭔가 숨기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석연찮은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송모(43·여)씨가 몽골인 여성 A(33)씨를 치고 달아난 것은 지난 25일 새벽 2시20분쯤. 서귀포시→제주시 방면 평화로를 운행하다가 A씨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死亡)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사고 발생 7시간 뒤 송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송씨는 “무언가와 부딪혔지만 사람인줄 몰랐다”며 동승자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CCTV 분석결과 사고 차량에는 동승자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송씨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를 확인한 경찰 또한 27일 오전까지는 동승자의 직업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세 들통 날 것임을 알고도 딴전을 피운 것이다. 그 이유는 곧 드러났다. 문제의 동승자가 현직 경찰인 B경위(44·남)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경찰조사에 응한 B경위는 “사고 당시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어서 사고가 난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당초 동승자가 없었다던 송씨는 이를 번복하는 한편 “사고 당시 B경위가 깨어 있는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왜 진술을 번복했는지, 또 남남인 두 사람이 새벽에 같은 차를 타고 있었는지 모든 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제주경찰의 기강해이(紀綱解弛)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반증이다. 여기엔 개인적 일탈도 있지만 ‘제식구 감싸기’식의 잘못된 행태 등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추된 공권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제주경찰은 대대적인 자정(自淨)노력에 착수해야 한다. ‘뺑소니 사망사고’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과 처벌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