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걷기 좋은 환경 만들기’ 고민할 때”

‘함께 걸어요! 건강한 학교 가는 길’ 그런데…<5>
시인성 높이기 위한 선진국 ‘스쿨 존’ 정책 참조
아이들 통학로 주민 보행권 같은 맥락서 다뤄야

2017-03-27     문정임 기자

제주는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발생 비율이, 부산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지자체와 보건소는 여러 공익 광고를 통해 시민들에게 걸어 다닐 것을 종용하지만, 인도가 충분치 않은 보통의 동네에선 어른들조차 보행권을 보장받지 못 한다. 마지막 순서로, 어린이 교통사고 빈도가 낮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스쿨 존 정책과,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조언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여러 논문에 따르면 영국은 어린이보호구역제도는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학교 권역 도로에 제한 속도를 걸고, 과속방지턱과 시케인(Chicane, 이중 급커브)을 설치해 차량의 감속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독일은 통학로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의 경우 보행신호등(녹색)이 꺼진 후 3~4초 뒤에 적색신호가 켜지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도로를 횡단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다. 녹색신호(보행 시간)도 학교 앞은 1초당 0.5m를 건널 수 있도록, 2배 길게 설계했다.

또, 어린이보호구역에 금속제 과속방지턱을 2중으로 설치해 완전한 감속을 유도하고, 일부 사고다발 구간에는 ‘사고발생시 무조건 운전자 과실’이라는 표지판을 제한적으로 부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어린이보호구역을 운용하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시설물 구비에 초점을 두기보다, 안전한 통학로를 계획한 뒤 안전통학로 상에 특별히 설치된 횡단로를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학교 주변 500m 이내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정하고 등하교 시간에 차량 진입 자체를 막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3~2015년) 어린이 교통사고는 ‘3월’과 ‘오후 4~6시 하교시간’, 특히 ‘횡단 중’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횡단보도에서 차량 속도를 확실히 줄이고, 운전자들이 아이들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도록 등하교 시간 불법 주정차를 철저히 단속하는 등 학교와 행정, 지역사회의 유기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 같은 계획은, 학교와 담당부서 간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제주도가 매년, 또는 5년에 한번 수립하는 어린이보호구역 관리 시행계획에도 충실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문제가 마을 주민들의 보행권 보장과 맞물려 개선책이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해 제정된 보행안전법은 행정이 제도와 사업을 추진할 때 편익보다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한 지자체의 책무로 노인, 임산부, 어린이, 장애인 등 보행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행할 수 있는 보행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만난 전문가와 학부모, 각 부서 관계자들은 “통학로 안전관리는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라 동네 자체를 걷기 좋게 만드는 일과 연결해 추진돼야 한다”며 “행정이 마을 골목길에서부터 주민들과 문제점을 상의하려는 작은 움직임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