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별 여건 따라 ‘보행 안전환경’ 큰 차이
‘함께 걸어요! 건강한 학교 가는 길’ 그런데…<4>
보도 없는 A초교·안전펜스까지 있는 B초교
“걸어오라” 요구 전에 도로환경 개선이 먼저
이달 초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1km를 걸어서 등교하자는 취지의 ‘함께 걸어요! 건강한 학교 가는 길’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학교 단위의 동참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와 학생 간 독려성 캠페인에 앞서, 학교·주민·행정이 통학로의 안전을 먼저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목요일이던 지난 23일 정오. 1학년부터 곧 하교가 시작될 시간이지만 제주시내 A 초등학교 앞에는 도로 양옆으로 승용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는 불법이다. 일반 도로에서보다 2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모든 학교, 또는 모든 학교의 모든 구간에서 이러한 법 조항이 까다롭게 준수되는 것은 아니다.
A초등학교의 경우, 같은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도 무인CCTV의 감시망이 닿는 정문 앞과 그 외 도로의 상황이 달랐다.
같은 시각, 제주시내의 또 다른 B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찾을 수 없었다. 이 학교는 큰 도로에서 학교 앞까지 안전펜스가 설치된 인도까지 있어 보도마저 없는 A학교보다 여러 모로 안전한 통학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즉, 아이들의 안전이 시설물 설치와 운용 상황에 따라 구간별로, 혹은 학교별로 다르게 보장되고 있는 셈이다.
CCTV를 관리하는 제주시 관계자는 “무인CCTV를 통해 평일 낮 시간에는 엄격하게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가려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학교에 따라 CCTV의 화질과 설치 대수, 과태료나 범칙금을 부과하는 횟수의 차이, 주민 협조 등이 다르다”며 “이는 학생들의 보행권이 마을 여건에 따라 다르게 보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자치경찰단의 한 관계자는 어린이통학구역은 속도저감 유도와 불법 주정차 단속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주변 상가들의 반발이 크면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걸어서 등하교 캠페인’에 나선 학교들이 학생들에게만 걸어서 오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학교와 행정, 주민들이 직접 위험한 구간을 파악해 관계기관에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비슷한 예로, 해외 어린이보호구역을 조사한 한 논문에 따르면 영국의 버밍햄시의 샌드웰 교통안전국은 각 초등학교별로 어린이들이 집부터 학교까지 가장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교통안전지도를 그리도록 해 스스로 안전한 등하교 길을 숙지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각 초등학교 통학로의 사고 위험요소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개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