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폭파된 지 5년, 강정은 지금도…

2017-03-08     제주매일

사납지 않은 너른 바위가 곳곳에 크고 작은 쉼터와 물샘을 풀어놓은, 제주해안의 용암 바위 중 사람을 편안하게 품에 안는 곳이 바로 ‘구럼비’였다. 숱한 세월동안 구럼비는 강정주민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지주였고, 해군기지 건설 반대와 관련해선 ‘생명·평화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3월7일 구럼비 폭파를 시작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가 강행됐다. 그로부터 5년여가 흐른 지금, 그 자리에는 해군기지가 들어섰으며 크루즈 터미널 공사가
한창이다.
강정마을회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 등이 7일 구럼비 바위를 기억하는 ‘구럼비의 하루’ 행사를 열었다. 제주해군기지 정문 바로 앞에서다.
이들은 “5년 전 구럼비는 한낱 바위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며 “그날 우리는 구럼비를 지키지 못했다. 거대한 공권력 앞에 한 줌 밖에 되지 않던 우리들의 힘은 너무나 작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는 구럼비를 삶으로 기억한다. 구럼비가 오랜 세월 품고 있던 ‘생명과 평화’에 대한 흔적이 점점 지워지는 현실에 맞설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 해군의 최신예 구축함인 ‘줌월트’의 배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구럼비가 야만의 힘에 의해 폭파되어 사라진지 어언 5년여의 세월. 아직도 강정의 아픔은 끝나지 않았고, 주민들의 눈물 또한 마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