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유랑’ 장기화
제주목관아지 유물 전시관 입지 선정 ‘난항’
문화재청, 제주시 2차례‘적지신청’모두 "NO"
400여져수장고’.대학 박물관등엶더부살이’
문화재청이 잇따라 제주시가 제시한 제주목관아지내 유물 전시관 건립후보지에 난색을 보이면서 유물전시관 조성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주시가 기증을 받은 많은 유물들과 그동안 문화재 발굴과정에서 출토된 선사시대 많은 유물들이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한 채 장기간 유랑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상당수 유물 등은 전용 유물 보관창고인 이른바‘수장고’에 처박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제주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올 4월 제주시가 신청한 제주목관아지 내 연건평 300평 규모의 유물전시관 사업을 승인했다.
30억원의 사업예산이 투입되는 이 유물전시관에는 제주시가 기증받은 조선시대 목사들의 유물과 발굴 유물 등이 전시될 예정인데 사업비 가운데 75%가 국비로 지원될 예정이었다.
제주시는 연간 수만명의 관람객들이 찾는 목관아지내에 유물전시관을 설치키로 하고 올 6월 유물전시관 설립 용역결과를 토대로 목관아지 관리사무소와 망경루 사이에 전시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문화재청에 건의했다.
문화재청은 이곳에 유물전시관이 들어설 경우 목관아지의 옛 모습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길 것을 제주시에 요구했다.
제주시는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목관아지내 현 제주도노인회관 건물 북쪽에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문화재청에 건의했다.
문화재청은 최근 이 같은 제주시의 입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제주시에 통보했다.
문화재청은 아예 유물전시관 설립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유물전시관을 목관아지내에 건립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당장 유물전시관 건립후보지를 목관아지 인근 장소에 새로 물색해야 할 형편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문화재청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한 뒤 문화재 위원들과 이 문제를 논의해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할 방침”이라면서 “유물전시관 건립사업이 다소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제주시는1990년대 조선 숙종 때 인 1702년 병와(甁窩) 이형상 목사1653∼1733)가 제주에 생활하면서 당시 제주지역에서 거행됐던 각종 행사장면 등을 그린 탐라순력도를 유족들로부터 매입한 뒤 이 보물을 국립박물관에 보관을 임시 위탁해 놓은 상태다.
제주시는 이어 올 2월 조선시대 이익태 목사 후손인 이완희씨로부터 이 목사의 유품인 서적류 24점을 비롯해 모두 24점의 유물을 기증받았으나 이를 전시할 마땅한 공간이 없게되자 습기등이 차단된 유물 전용보관함인‘수장고’에 이들을 보관하고 있다.
제주시는 이밖에 탐라시대이후 제주의 행정.문화의 중심지였던 목관아지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400여점의 각종 유물을 발견했으나 전시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제주대 박물관에 보관을 위탁해 놓은 상태다.
결과적으로 이들 유물을 전시할 전시 공간 확보가 늦어지면서 고귀한 선조들의 혼이 깃든 이들 유물의 ‘방랑생활’역시 장기화되면서 시민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