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왼손 하나로 담는 ‘사랑과 아픔’

24년전 갑작스런 뇌경색 딛고 사진작가 활동
한센인·장애인·새터민·외국인근로자 등 천착

2017-03-06     오수진 기자

시리즈 16회-소록도2 전시
KBS제주총국서 12일까지

“그냥 내가 꼭 해야 할 일이었을 뿐이에요.”

1993년. ‘사진기자’라는 타이틀을 얹고 제주 곳곳의 보도현장을 누비던 한 남성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렸을 땐 모든 것이 제로상태. 어린아이처럼 말을 제대로 할 수도 없었고, 가장 좋아하던 카메라를 두 손으로 잡을 수도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걸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을 준다고 한 신의 은총인걸까. ‘새로운 삶’을 담아보라며 남겨 둔 왼손 하나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것이 사진작가 곽상필의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시리즈 전시의 시작이다.

곽상필 씨는 제민일보 사진부 기자로 근무하다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해진 이후 지금까지 왼손에 의지한 채 세상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가 처음 찾아가 만난 소록도의 한센인들을 비록해 장애인, 다문화가정, 폐교, 새터민(탈북자), 외국인 근로자 등까지. 그는 우리사회 저변의 민초들의 삶을 기록 하는 데 자신의 열정을 쏟고 있다. 그 시간이 벌써 18년. 시리즈는 16회.

“잘 기억은 안나지만…신문기자였을 때는 맨날 술만 먹고 그랬어요. (내 마음도) 감추며 살았어요. 그런데 마비가 되고 나니 (그런 삶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어요.”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살던 그가 몸이 불편해지고 나서도 10kg이 넘는 카메라들을 가슴에 이고 희망의 피사체들을 찾아 헤매는 이유일 것이다.

그가 첫 전시 이후 18년 만에 다시 소록도를 꺼냈다. 방문할 때마다 ‘뭉클한 곳이고, 잊을 수 없는 곳’이라는 소록도의 기억을  관람객들과 함께 공유해 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소록도 한센인 예술인 모임인 ‘해록회’ 회원들의 그림과 서예 작품 17점도 함께 전시돼 그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16번째 소록도2는 KBS제주방송총국 전시실에서 6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문의=010-4272-5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