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太極旗 의미’ 다시금 생각하는 3·1절
독립유공자 단체인 광복회가 3·1절을 앞두고 ‘태극기(太極旗)’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광복회는 “요즘 일어나고 있는 무분별한 태극기 사용의 남발로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려는 것은 태극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바탕한 바가 아니라 여겨져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신성한 태극기의 흰 바탕에 구호를 새겨놓거나 태극문양 위에 리본 문양을 그려 넣은 것은 태극기를 훼손하는 짓”이라며 “리본을 태극기에 매고 시위에 참가하고, 재판정에서 난데없이 태극기를 펼쳐드는 기행 등 일련의 행동은 근본적으로 태극기의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론 “무분별한 태극기 사용은 국기(國旗)에 대한 모독”이라는 입장이지만, 태극기를 이용한 집회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였다. 오죽하면 광복회가 이 같은 성명까지 발표했을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 정도다.
최순실 국정농단(國政壟斷)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인용 측은 촛불을, 탄핵기각 측은 태극기를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태극기는 적잖은 사람들에게 ‘보수(保守)를 표방한’ 친박단체 및 탄핵기각 촉구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광복회의 성명은 친박(親朴) 단체의 ‘태극기 집회’는 물론 일부 촛불집회 참가자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나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박사모 인터넷 카페가 격한 반응을 나타냈다. 한 회원은 ‘광복회는 이제 종북(從北)이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광복회가 좌익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며 “이들이 거룩한 광복을 팔고 사는 것도 구역질이 날 지경”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그 누구라 할지라도 ‘내 편이 아니면 네 편’으로 몰아붙이는 세태(世態)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그야말로 참담할 따름이다.
광복회의 성명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태극기에는 선열(先烈)들의 나라사랑과 숭고한 희생정신이 담겨져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유관순 등 독립운동 선열들이 태극기를 가슴에 안고 나라를 위해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3·1절에는 태극기에 대한 엄숙한 마음을 가져주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한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광복회의 성명엔 이런 말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선언을 한 역사적인 3·1절에 성조기(星條旗)를 들고 나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국격을 떨어뜨리고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