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환 감독, 영화로 ‘제주4·3을 위로하다’
[영화 리뷰] 다큐 ‘오사카에서 온 편지’
제작비 부족 등 어려운 여건 불구 외지인 손에서 탄생 의미
작품 완성도 면에선 다소 부족…일부 유족들 아쉬움 토로
4년만이다. 4·3 70주년을 1년 앞두고 4·3을 소재로 다룬 영화가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섰다.
양정환 감독의 ‘오사카에서 온 편지’는 1년간의 제작 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1일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옛 코리아극장)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상업영화가 아님에도 객석은 4·3유족은 물론 학생과 일반도민 등으로 가득차 변화하고 있는 4·3에 대한 관심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모처럼의 4·3영화였다. 그래서 더 깊이 있고, 진상규명을 위한 외침에 한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무언가를 관객들은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당초 알려졌듯 ‘오사카에서 온 편지’는 다큐멘터리와 재연 형식을 반복하는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짜임새 있는 구성이 필요한 장르였다. 하지만 열악한 제작현실 때문이었을까. 사실에 근거를 둔 4·3에 대한 설명들은 대부분 자막으로 처리하거나 생략됐고, 유족의 입을 통해 증언형식으로 당시 상황을 전하겠다는 부분도 대폭 줄여 재연만으로 극을 이끌어 가면서 완성도에서 다소 부족한 면을 보였다.
이 영화는 4·3으로 인해 고향 제주를 떠나 일본으로 피신하면서 가족과의 헤어짐을 겪었던 권경식 할머니와 문인숙 할머니의 실제 사연을 다뤘다.
이날 영화를 관람했던 일부 유족들은 4·3의 사실을 전달하는 부분이 부족했던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혹시 감독이 외지인이기에 제주 4·3을 잘 몰라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하는 속마음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제작비 부족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에도 영화 제작과 상영관 확보를 위해 펀딩과 홍보 등을 꾸준히 이어오며 고군분투 해왔던 양 감독의 모습을 취재해왔던 한 사람으로서 그의 4·3에 대한 관심과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보인다.
70주년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영화의 흥행 여부 등을 떠나 외지인의 관심으로 4·3관련 영상이 제작되고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많은 의미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는 4·3에 미쳤다”고 말하는 양 감독의 두 번째 작업 ‘4월 이야기’도 곧 제작이 시작된다. 끊임없이 4·3을 공부하고 영화로 표현해내고자 하는 양 감독의 열정이 많은 유족들을 위로하는 힘이 되길 기대한다.
한편 ‘오사카에서 온 편지’는 다음 달 2일 서울에서도 상영되며, 전국 순차적으로 상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