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종자업체의 역할
봄이 다가오면서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거나, 품질이 더 높은 새로운 품종으로 갱신하려고 감귤 농가의 마음이 급하다. 하지만, 어떤 품종이 좋을지, 어디서 구입해야 할지 등 선택이 쉽지 않다.
지난해 3월에 있었던 일이다. 감귤을 새로 시작하는 농가를 방문하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황금향과 한라봉 각각 3년생을 구입하여 심었는데, 자람 새가 잘 키운 1년생만큼도 못했기 때문이다. 황금향은 옆으로 발생한 가지가 거의 없어 부지깽이 같았고, 한라봉은 가지 굵기가 매우 가늘고 약했다.
10월에는 극조생밀감을 재배하는 농가에서 품종 확인 요청이 있었다. 6년 전 극조생밀감 품종 접수를 구입하여 고접갱신한 후 처음 열매가 달렸는데, 전체 가지의 60% 이상에서 다른 품종의 열매가 달려 있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야 할 것인데, 콩밭에 팥이 났으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위의 두 경우 모두 농가는 감귤 종자업체를 믿고 묘목이나 접수를 구입하였는데, 충실하지 못하거나 다른 품종이 섞였던 것이다. 온주밀감은 어린 묘목을 심어 관리를 잘 하여 3년 정도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묘목이 충실하지 못하거나 원하던 품종이 아니라면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고 경제적 손실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종자업체에서 품종이 정확하고 충실한 묘목의 생산, 판매가 중요한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 하나, 최근 일본의 자국 감귤품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제주도의 감귤묘목 판매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가 하면, 일본에서 개발된 신품종 감귤을 우리나라에 품종보호출원 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내에는 총 24개소 과수 종자업체가 있다. 지금까지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고 농가에 보급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여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외국 품종의 정확한 도입, 충실한 묘목의 생산과 판매 등 지금보다 더 세밀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종자업체에서 농가가 만족할 수 있는 건전하고 정확한 품종의 묘목을 생산 판매하는 것은, 제주 감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어 작지만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농업기술원 감귤아열대연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