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문화예술재단 ‘그들만의 토론회’

2017-02-26     제주매일

도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던 ‘세계섬문화축제’(가칭)가 개최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제주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박경훈)이 주관한 23일의 세계섬문화축제 도민의견조사(세미나 및 토론회)사업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은 단적인 예다.

말문은 제주도의회 김동욱 의원(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이 먼저 열었다. 토론회 좌장격인 김 의원이 갑자기 “이 자리에 재단과 도관계자(TF팀)가 아닌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가 대부분 도와 문화예술재단 관계자로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토론도 일방적인 방향으로 흘렀다. 지난번 설문조사가 유도성이 없다거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접을 일도 아니다라는 말이 이어졌다. 그동안 제기됐던 반대성 의견에 대해 불쾌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설문조사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고, ‘성공보다 실패작(失敗作)’이란 평가가 많았던 세계섬문화축제의 부활(復活)은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98년 첫 선을 보인 세계섬문화축제는 당시 125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별무효과였다. ‘예산만 낭비한 대표적인 축제’라는 오명(汚名)을 얻으며 제2회 축제(2001년)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단순한 프로그램에다 도민 공감대 부족, 이로 인한 참여 저조가 축제 실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요즘 이런 축제 안한다. 국내외의 축제 추세는 사람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마을축제 중심으로 이뤄지고 늘어나고 있는데 갑자기 대형이벤트라니 너무 놀랍고 뜬금없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제주도는 이미 지역주민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축제들이 구석구석 있다며, 그 축제들이 잘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조언이었다.

세계섬문화축제 부활은 그 무엇보다 도민 공감대(共感帶)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축제 부활의 당위성과 기본 컨셉은 무엇인지, 어디서 어떻게 개최하겠다는 것인지 등 전체적인 그림을 도민들에게 알리고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깜깜이 여론조사’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다.

축제 개최 계획부터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틀려도 한창 틀렸다. 세계섬문화축제를 부활하려면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고 도민들의 공감부터 우선적으로 얻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