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문화축제 설문조사 “잘못” 사실상 인정

道 편향성 지적에 다시 하기로…축제 개최 여부는 6월 판가름
류정아 “축제 장단점 분석 없이 설문 재추진 설득력 없어” 비판

2017-02-26     오수진 기자

제주도가 세계섬문화축제 개최 여부를 묻기 위한 설문조사를 다시 진행한다.

도민 81%가 세계섬문화축제 부활을 찬성하고 있다며 재개최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해왔던 제주도가 결국 설문 재조사 의지를 피력, 그간 제주도의회와 언론 등에서 제기해왔던 ‘유도성 설문’의 편향적인 문제를 스스로 인정하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박경훈)은 지난 23일 세계섬문화축제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재개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현민 제주도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그동안 섬문화축제와 관련해 도민들을 모셔서 의견을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도민토론회 등을 열어 개최 여부를 6월까지 결정하겠다”며 “도민이 반대하면 축제는 안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제 전문가 3명이 마련한 섬문화축제 관련 도민의견 수렴 설문문항 초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 설문(초안) 역시 재단이 추천한 축제 전문가 주도로 설문항목이 만들어졌고, 섬문화축제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장·단점) 파악도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또 한번 논란이 예상된다.

항목을 살펴보면 약 19년 전 개최됐었던(1998, 2001) 축제임에도 축제에 대한 설명 하나 없이 문제점, 긍정적이었던 점, 개최한다면 중요한 요소, 제안프로그램 등 성공 개최를 위한 방안을 모두 설문인에게 돌렸다.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축제 추진 논의가 있었다면 연구 용역부터 선행됐어야 했다”며 “축제 자체에 대한 장단점 분석도 없이 설문조사를 진행 하는 것은 자칫 여론이라는 맹점에 빠질 수 있다”고 성급한 설문 재추진에 문제를 지적했다.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대표축제를 개최하겠하겠다는 반대할 도민이 어디있겠냐”면서 “뭐가 좋고 나쁜지 냉정하게 먼저 파악한 뒤 설문 조사를 진행한다면 의미가 있지만, 이런 설문은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축제 추진 의지와 달리 허술한 행정의 모습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자 섬문화축제 TFT 관계자들은 불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수열 제주도문화예술위원장은 “설문조사가 유도성이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어떤 부분에서인지 저는 잘 모르겠다”면서 “그렇다면 이번 초안은 유도성이 없는 것인지, 여기서 몇프로(%)가 나오면 축제를 하겠다는 것인가.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집행부의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라고 난색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