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으로 끝난 관덕정광장 복원 설명회

2017-02-09     제주매일

관덕정(觀德亭)은 제주시 삼도2동에 있는 조선시대 건물로 대한민국 보물 제322호이기도 하다. 시내 중심부에 있으며 제주목(牧) 관아 시설과 함께 오랫동안 제주도를 상징하는 건물이자 제주광장문화의 터전이었다.

제주자치도가 관덕정 광장 복원사업과 관련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지만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고 한다. ‘복원(復元)’의 사전적인 의미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인데, ‘원래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 뚜렷한 설명이 없었다. 광장 복원을 하겠다며 제시한 신촌 및 광화문광장, 스페인 거리 등도 생뚱맞기는 마찬가지였다.

설명회에 참석한 도시계획 전공 모 교수는 “행정은 잘못된 길을 보여주고 있다. 관덕정 광장의 비교 대상으로 사이즈가 전혀 다른 스페인 거리와 광화문광장을 보여주면 어떻게 하냐”며 “원(原)도심을 정말 살리려면 종합계획이라는 큰 테두리를 만들어 놓고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고, 타당성이 있다면 어느 주민이 반대를 하겠냐”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다음 달 열리는 제주시 들불축제 전야제를 ‘차 없는 거리 시범’으로 관덕정에서 치르겠다는 것도 논란이 됐다. 이번 설명회는 차 없는 거리 운영에 따른 의견 수렴의 자리를 겸하고 있는데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도 전에 행정이 이미 방침을 정했다고 반발한 것이다. 왜 들불축제 전야제를 새별오름이 아니라 수십㎞나 떨어진 여기서 하냐는 힐난도 이어졌다.

관덕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도로를 차단한다면 대체할 도로가 탑동로 뿐인데 신항만과 밀접한 곳이다”며 “도시재생(再生)이라는 것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것인데, 이 계획을 보면 신항만 사업을 위한 포석으로만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날 설명회는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행정의 답변을 듣지 않겠다며 주민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파행(跛行)으로 끝났다. 이 같은 파행은 관덕정 광장 복원과 관련 뚜렷한 철학과 비전이 없는데다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준비 부족이 빚어낸 결과였다. 또 주민 의견수렴을 통과의례 정도로 여긴 행정의 잘못된 관행도 한 몫을 거든 것으로 보인다.

‘차 없는 거리’만으로 관덕정 광장(廣場)을 복원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이점 명심하여 제주도가 보다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