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한 마디에 허둥대는 도교육청

2017-02-09     제주매일

제주도교육청이 최근 도내 모든 학교에 ‘일본산 향나무 교목(校木) 지정 해제 및 수목 교체’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모 국회의원이 각급 학교의 일본산 향나무를 ‘일제의 잔재(殘滓)’라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123개교에 2100여 그루의 향나무가 식재돼 있다.

문제의 향나무는 일제 강점기에 행정관청을 중심으로 집중 식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日帝)가 우리 민족의 정기를 억제하는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심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있어왔다. 그러나 광복된 지 무려 70여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 이를 ‘일제 잔재의 청산(淸算)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 아닐 수 없다.

교목 지정 해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학교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고 학생들의 애환 등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나무를 이제 와서 ‘일제의 잔재’라며 모두 베어버려야 한다는 말인가. 본란을 쓰고 있는 담당자 역시 어릴 적 아름드리 향나무가 많았던 초등학교(신창)를 다녔다. 하지만 교정의 향나무를 단 한 번도 일본과 연관시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런 논리라면 품종 갱신을 위해 일본에서 들여왔던 감귤나무 등도 다 베어내야 한다는 것인가. 극일(克日)은 결코 이런 데 있지 않다. 고난과 치욕의 뼈아픈 역사일지라도 이를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어 새로운 내일을 열어가는 것이 일본을 이기는 길이다. 국회의원 한 마디에 앞뒤 가리지 않고 공문부터 발송하는 도교육청의 행태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