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시설 부서 ‘제각각’ 보행안전 위협

2017-02-08     고상현 기자

사망자 지속적 발생 불구 비효율 업무분장에 대책수립 한계
“시설 현황 파악도 어려워”…시스템 간소화 등 개선안 절실

지난달 22일 오후 7시39분께 제주시 노형동 한 도로에서 승용차량 운전자 고모(52)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박모(44)씨를 보지 못 하고 그대로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에 가로등이 있었지만, 고씨는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있던 박씨를 보지 못했다. 밝기가 환한 ‘횡단보도 조명등’이 있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해마다 제주 지역에서 교통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가운데 안전시설 설치와 관련해 비효율적인 업무 분장 때문에 제대로 된 교통안전대책 수립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5년 93명, 지난해 80명, 올해 현재까지 15명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관계기관에 교통안전 시설 개선 협조를 구하고 있다.

하지만 횡단보도, 조명등, 신호등, 과속방지턱 등 교통시설 설치와 절차가 세분화돼 있어 관계기관에 협조를 구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제주특별법상 교통시설심의 대상 기준도 다르고, 설치 담당 부서도 행정시, 제주도 제각각이다. 가령 횡단보도를 설치할 경우 자치경찰 심의를 거쳐 시내 도로는 제주시에서, 큰 도로는 제주도에서 맡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설 현황 자료 파악에도 오류가 생기고 있다. 취재 결과 제주도는 제주 지역에 설치된 횡단보도 수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 관계자는 “시설별로 담당부서가 다르고, 또 바뀌어 현황 파악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시설물 보수 등 종합대책을 세울 때 정확한 자료가 필요한 만큼 지금처럼 제각각이고 복잡한 업무 분장을 간소화하는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제주도에서 교통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보다 신속하게 교통시설물 보강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업무 분장을 효율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