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영양교사도 방학’ 급식 차질

무늬만 학교 소속, 공교육 찬밥 ‘병설유치원’(상)
영양(교)사 ‘방학’ 들어가면 비전문가가 급식 담당
식단·시장조사·품의까지 정작 유치원 교사는 과부하

2017-01-30     문정임 기자

매년 신학기면 아이를 병설유치원에 보내게 돼 다행이라는 엄마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부모들이 병설유치원을 선호하는 것은 초등학교에서와 같이 안전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기대하기 때문. 그러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교육계 관계자들은 공교육 체계 안에서 병설유치원은 ‘찬밥신세’라고 귀띔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방학 중 급식이다.

방과후과정반을 운영하는 도내 거의 모든 병설유치원들에서는 급식이 불가피한데, 대부분의 영양(교)사들은 초등학교 방학기간 유치원 급식 업무에서 손을 놓는다. 때문에 방학 중에는 식단과 품의, 재료 주문을 유치원 교사나 조리사가 맡으면서 아이들은 1년 중 두 달 이상을 비전문가에게 식사를 제공받고 있다.

학부모와 교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1월 겨울방학에도 일선 유치원에서는 적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50여명에 이르는 원아들의 점심 식단을 유치원 교사가 직접 짜고 품의를 올렸다.

영양(교)사들은 도움을 주더라도 방학 중에는 단지 식단만 작성하기 때문에 시장 조사와 품의 작성 등은 그대로 유치원 교사의 업무가 된다.

조리사들이 식단을 작성하는 유치원은 더 많다. 그들 역시 비전문가다.

조리사들은 조리에만 특화돼 있을 뿐, 전문적으로 식단을 작성하거나 조리 필요량 등을 계산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품의를 내는 등의 행정 업무에도 능숙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여러 일들이 유치원 교사에게 넘어간다. 그만큼 아이들의 교육에 배분돼야 할 교사들의 에너지가 분산되는 셈이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학교 급식실이 아닌 유치원 조리실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교실에 음식 냄새가 빠지지 않기도 한다. 읍면지역에서는 거래업체에서 식재료를 배달해주지 않자 조리사가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방학 중에는 급식의 책임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현행 학교급식법과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등은 학교에 영양교사와 조리사를 두고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균형 잡힌 급식을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규 교원인 영양교사들이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교사로서 방학 중 자가 연수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병설유치원에는 방학 중 급식업무에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초등학교 발령 시 병설유치원의 업무도 함께 맡도록 겸임발령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제도 변화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유치원 교사의 업무 과부하는 유아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큼 한 끼 식사 문제를 넘어 총론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96개교 140학급에 2817명의 원아들이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가운데 가파초를 제외한 95개교에서 방학 중 방과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