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사 부정 입찰 103억 챙긴 업체 적발

도내 굴지 A 건설, 자회사 이용 낙찰률 높이는 수법 이용
총 663차례 응찰 확인 대표 등 6명 기소 의견 송치 예정

2017-01-26     김동은 기자

속보=자회사와 함께 응찰해 낙찰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관급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해 100억 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제주지역 굴지의 건설업체(본지 2016년 12월26일자 4면 보도)가 적발됐다.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사업의 입찰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전자입찰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귀포해양경비안전서는 관급 항만 공사 입찰 가격을 담합해 부당 이익을 올린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도내 A 건설업체 대표 양모(57)씨 등 6명과 업체 3곳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26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A 건설업체는 2014년 1월 27일부터 지난해 9월까지 도내 관급 항만 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자회사 2곳과 투찰 금액을 맞춘 뒤 모두 663차례에 걸쳐 응찰해 8건 낙찰받아 103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 조사 결과 A 건설업체는 자회사 2곳에 입찰 담당 직원을 두고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전자입찰 시스템의 경우 IP 주소가 같으면 투찰이 제한되는 점을 알고 각기 다른 컴퓨터로 다른 회사 인터넷을 사용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 담당 직원들은 투찰 금액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 공모해 금액을 정하는가 하면 투찰 가능한 공사 업종별로 입찰할 회사까지 미리 지정해 놓고 중복 입찰하는 등의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도내 굴지의 A 건설업체 대표 양씨는 해경 조사에서 “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업체가 너무 많아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부정 입찰하게 됐다”며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입찰 방해 수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각종 공사와 용역에 대한 입찰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전자입찰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전자입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입찰 담합 행위로 인해 국가전자조달시스템 신뢰도 하락은 물론 영세 업체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해경 관계자는 “부정 입찰 행위는 전자입찰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앞으로 해양·항만 공사 관련 입찰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서귀포해경은 지난해 11월 항만 공사 부정 입찰 업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그해 12월 3개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입찰제안서, 통장 등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