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ㆍ군, 일손이 안잡힌다

주민투표 1개월...이말도 맞고, 저말도 맞고...

2005-08-29     정흥남 기자

주민투표 1개월...“이말도 맞고, 저말도 맞고...”
시.군, 일손이 안잡힌다
권한쟁의 심판 ‘서로 이긴다’ 맞불...혼선
‘시.군 폐지 안돼’ 서명운동 등 확산일로


제주도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따른 ‘7.27주민투표’실시 후 1개월이 지나고 있으나 시.군 공무원들이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귀포시 지역 시민단체들이 대규모 서명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에는 비교적 잠잠했던 남군지역 사회단체 40여 곳까지 노골적으로 ‘혁신안 반대’를 들고 이어서면서 시.군 공무원들의 동요가 표면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민투표 후 1개월이 지나고 있는데도 제주도가 시.군을 설득할만한 마땅한 대안을 만들지 못하는 등 ‘혁신안 이후의 로드맵’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시.군의 동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주민투표가 끝난 뒤 그 흔한 도지사와 시장.군수회의 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7.27혁신안 주민투표를 통해 ‘혁신안’이 통과된 뒤 우선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은 서귀포시민 및 남군민들의 뜻이 아니라면서 혁신안 반대를 분명히 했다.
동시에 제주시 역시 투표율이 저조해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역시 혁신안 반대를 공식표명 했다.
이후 서귀포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군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대규모 서명운동이 시작됐으며 남군지역도 최근 이에 동참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제주시 일부 단체와 북군지역 일부 단체들도 시.군 폐지 반대를 요구하며 물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8일 3개 시.군이 행자부와 제주도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서로 자신들이 이긴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시.군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주도는 혁신안 통과 후 도와 4개 시.군이 모두 참여하는 가칭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든다고 공언했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 및 남군 등은 이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다.

실제 제주도는 이 기구를 ‘통합추진위’로 내심 기대했으나 시.군은 ‘시.군 조직 인수위’라면서 제주도 발표 당시부터 강한 거부감을 내보였다.
제주도는 시.군의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현재까지 ‘통합추진위’에 참가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조차 시.군에 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의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서도 제주도와 시.군 사이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당초 행자부는 최근 헌법재판소에 답변서를 제출했으나 제주도는 아직도 답변서 제출을 하지 못한 채 최근에야 변호사 선임을 마무리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의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제주도와 시.군은 서로 필승이라고 맞서고 있다.
더 나아가 서귀포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회단체들은 시.군 폐지로 한 ‘특별법’ 제정 및 개정을 앞두고 국회 앞에서 대규모 시위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특별법 제정 및 개정에 대한 의문까지 확산되고 있으나 이에 대해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불확실성이 시.군을 사로잡고 있다..
이로 인해 시.군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과연 연내 특별법 개정 또는 제정이 가능하겠느냐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주시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모든 시.군이 헌법재판소의 움직임만 살피고 있는 형편”이라면서 “당장 내년 예산을 어느 분야에 중점을 두고 편성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