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하긴 한데…” 철새 내쫓는 AI방역차 논란
제주 철새도래지 차단 방역 대형차량 약제 살포과정서 소음 발생
조류협 “새들 놀라 도래지 이탈 농가로 날아갈 수도 …개선 필요 ”
제주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인되면서 당국이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방역 작업에 투입된 대형 소독차량의 소음 등의 영향으로 철새들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AI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무분별한 방역으로 철새들의 서식환경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에 야생 철새들이 습성을 고려한 방역방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에 서식하는 야생조류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된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한경면 용수철새도래지 내 철새 사체에서도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집중 방역과 함께 거점초소 확대·운영 및 출입통제 하는 등 AI확산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차단 방역에 투입된 대형 소독차량의 소음 등의 영향으로 하도리 철새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오히려 AI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야생조류협회 강창완 회장은 “AI 발생 전 이곳에는 4000~5000마리의 철새들이 관측됐는데 방역이 시작되면서 1000마리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철새들은 인기척에도 놀라는 습성이 있는데 대형 소독차량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이 곳 철새들이 주변 해안으로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단방역에는 동의하지만 철새들의 습성을 무시한 무분별한 방역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소형 소독 차량 도입, 먹이 유도 등의 방법으로 철새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는 것도 AI 확산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사람에 의한 전파를 막기 위해 철새 도래지 인근에 대한 출입 통제로 오히려 서식환경이 좋아졌다”면서 “철새들이 주변으로 떠나는 것은 이곳에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저녁이 되면 다시 돌아오는 걸 확인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야생상태인 철새들에게 먹이를 나눠줄 경우 계절이 바뀌어도 제주에 머물며 ‘텃새’화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다양한 방역방법에 대해 연구·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