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건너기 힘든 ‘중앙로 횡단보도’ 설치
제주시 이도1동 주민 등 966명이 연명으로 제주도의회에 진정(陳情)을 접수한 것은 지난해 8월 31일. 내용은 중앙지하도상가 남측(서독안경~이태리안경 사이)에 횡단보도를 다시 설치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제주시는 중앙지하상가 보수공사 기간 동안(지난해 6~8월)보행자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임시 횡단보도를 설치했다가 공사 완료직후 철거해버렸다. 이후 노약자와 장애인 등 보행 약자(弱者)들은 또다시 지하도를 오르내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따라서 이들의 편의를 위해 횡단보도를 원상복구 해달라는 것이 진정서의 요지다.
주민들의 진정과 관련 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7일 제346회 임시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리고 ‘제주시에서 중앙지하상가회 및 지역주민과의 대화를 통한 의견수렴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갖고 이해 관계자가 모여 합의점을 찾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 문제를 해결토록 하라’고 의결, 제주시로 처리결과를 이송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도의회의 의결 및 통보에도 불구하고 제주시는 3개월 가까이 지나도록 의견수렴 등의 노력조차 없었다. 시 관계자는 “횡단보도 설치 문제는 10여년 전부터 지상, 지하 상인들 간 대립 및 갈등으로 민원이 발생하고 있어 향후 원도심 활성화사업과 연계해 추진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 이면에 영업이익 감소를 우려하는 지하상가 상인들의 반발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제주도의회 역시 진정 처리(의결)로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후 제주시가 어떤 후속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확인은커녕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고도 도민의 대의(代議)기관임을 자처하고 있다.
‘진정’은 각 개인이 침해를 받은 권리를 구제받기 위하여 관계 기관에 일정한 조치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권리(權利)다. 그 권리가 서로 충돌된다고 하더라도, 지하상가 상인들의 사적 이익보다는 보행약자 등 공공(公共)의 이익이 먼저다.
특히 중앙로 횡단보도 설치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제주시가 의지만 갖고 있다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를 원도심 활성화 사업과 연계 운운하는 것은, 보행 약자들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직무유기(職務遺棄)’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