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실낱미련' 못버려
"총장 적극적 의향…포기단계 아니다"
'한 여름밤의 꿈'으로 마무리된 '조지 워싱턴대학 유치'.
제주도가 요란하게 홍보했던 조지위싱턴 대학 분교 제주 유치건이 사실상 '물 건너 간'것으로 평가된 가운데 제주도는 이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채 '대학측의 연락을 기다리는' 촌극을 연출하고 있다.
이번 조지 워싱턴대학 분교유치 해프닝은 '제주도의 무능'으로 쏘아 부치기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주체들이 각자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헤매다' 결별 수순을 밟은 것으로 대학측의 제의를 '전통적인 사고방식으로 이해한' 제주도만 멋쩍게 됐다.
이번 일은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에 많은 것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유치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게임의 법칙'을 냉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렸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제주에 투자를 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제주투자로 인해 얻는 이익이 있어야 하고' 투자 유치를 원하는 제주도는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무엇인지를 따지고 '균형추'가 기업측에 기울면 과감히 포기하는 순발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일깨웠다.
또한 경영성과를 중시하는 '기업 마인드'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 전시성 성취보다는 실질적인 이익추구, 투자 유치 전문 부서 및 인력 구축 등도 아쉬움으로 남겼다.
▲조지 워싱턴 대학측의 무리한 요구.
MOU(양해각서)체결외에 제주도와 조지 워싱턴대학 사이에는 누가 봐도 유치 성사를 기대케 하는 많은 교류가 있었다.
대학측 실문진들이 여러차례 제주를 다녀갔을 뿐 아니라 제주도 역시 '유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해' 올 하반기 미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조지 워싱턴대학이 해외분교 설립을 서두르게 된 것을 '다만 경영상의 필요'라고 여기는 시각도 처음부터 존재했다.
9.11 테러 후 미국 입국 제한이 한층 강화된 시점에서 유학생들에 의한 수입감소로 재정 압박을 받는 일부 미국내 대학들은 아예 '분교 해외 설립'으로 이를 타개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고 조지 워싱턴대학도 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교육열인 높은 것으로 알려진 동북아 지역이 최적지로 떠올랐고 국내에서는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는 제주도와 경제자유지역인 인천 등이 대상지역이 됐다.
이밖에 대학측은 중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폴 등을 경합지역을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주도가 제시한 유치조건은 당초 '남군 대정읍 구억리 일대 100만여평 무상 임대'.
이 정도면 '해외 분교를 계획하는 대학의 구미를 당길 것'이라는 제주도의 계산은 빗나갔다.
대학측은 비공개적으로 100만평을 추가로 요구했고 급기야는 '대학분교 설립에 소요되는 예산마련 방안'의 제시를 제주도에 타진했다.
이와 관련 한 공직자는 '정말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양자간의 '서로 다른 접근방식'이 한 공직자의 행동에 실려 나타났다.
조지 워싱턴 대학측의 분교 설립 의중은 '대학 분교를 위치하게 해주는 대신 비용은 그쪽에서 대라'는 것이고 제주도는 이를 '조지 위싱턴 대학이 동북아 지역에 분교를 설립한다면 제주도에 반드시 유치하자'고 나선 것이다.
대학측은 '기브앤테이크(Give & Take)'의 기브는 '미국대학 분교 설립'이고 테이크는 '설립 비용 및 향후 재학생들의 학비'로 여겼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반면 제주도는 학교설립을 '재단이나 정부가 하듯' 일괄적으로 대학측이 자금을 투입, 대학 분교를 설치할 것으로 보고 애를 태웠다는 해석이다.
여전히 제주도는 "대학내 젊은 이사들 사이에 일부 반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총장이 제주 설립에 적극적인 의향을 갖고 있는 만큼 아직은 포기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애초 미심쩍었던 유치효과
조지 워싱턴 대학을 미국내 명문 대학으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어느 분야를 보더라도 미국 대학별 상위에 랭크된 학과는 드물다.
이에 제주도에 들어선다 해도 도 당국이 예견했던 '재학생'들로 인한 인구 유입 및 경제 유발 효과가 극히 제한 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역으로 이들이 요구하는 설립 조건은 '일반 기업체일 경우' 꿈도 꾸지 못할 파격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애초 '100만여평 무상 임대'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추가 100만평 이상, 설립 비용을 모두 맡아야 한다'는 식으로 나온 것이다.
도민들은 이와 관련 "외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미국내 대학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유치해야 한다는 인식은 곤란하다"고 전제 한 후 "공적인 재산의 무상 제공도 신중하게 결정해야할 사항"이라며 제주도의 포기선언이 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