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선보인 해녀뮤지컬 ‘호오이 스토리’아쉬운 성공

유네스코 등재기념 공연 의미
화려한 무대 불구 공감 물음표

2017-01-09     오수진 기자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는 제주 해녀. 깊은 물속을 드나드는 상군 해녀들의 애환과 휴식도 물질도 그 어느 것도 홀로 하지 않는다는 그들만의 엄격함 또는 질서. 세계가 인정했다는 ‘제주해녀문화’가 뮤지컬로 탄생했다. 공연 내내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며 그 기대를 실감케 했는데, 평가는 엇갈렸다. ‘해녀’ 가치 전승의 부재 때문이다.

지난 6~8일 제주도가 선보인 ‘제주해녀’ 창작뮤지컬 ‘호오이 스토리’가 제주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이날 무대에 오른 ‘호오이 스토리’는 제주 영등할망 설화에 제주해녀를 덧댔다. 제주 바다여신의 운명을 타고 난 ‘아라’가 18세 생일을 맞아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고, 인간을 사랑하게 되면 해신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해녀’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판타지성 이야기다. 즉 해녀가 애초부터 ‘해신’이었다는 풍부한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이 공연은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며, 해녀의 가치를 전승하고 알리기 위한 대표 공연이자 첫 공연이었다. 그러나 ‘제주문화’에 대한 가치 전달보다 ‘대중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관객들이 ‘해녀의 삶’에 대해 공감했을지는 과연 의문이다.

공연은 화려했고, 즐거웠다. 젊은 출연진들이 선보인 공연들은 관객들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용궁악단 역으로 출연한 ‘사우스 카니발’과 ‘용왕’은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 자칫 지루해질 수있는 공연에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또 빗창 하나만을 들고 적을 물리치는 해신(해녀)들의 모습은 1932년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과 민족적 차별에 항거했던 ‘제주해녀 항일운동’을 짧지만 단적으로 보여 주며 박수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다. 도입부에서 ‘아라’가 처음 만난 ‘마루’와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전통문화콘텐츠를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바라볼 수도 있지만, 개연성이 부족했다.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지만, ‘러브라인’에 대한 의문은 극의 마지막이 올 때까지도 관객들에게 충분한 해석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아라’가 해신이 아닌 ‘해녀’의 삶을 택하는 과정에서도 진취적인 제주여성으로 제주해녀의 삶을 선택했다기보다 사랑과 희생에 치우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칫 ‘해녀’의 가치가 사랑하는 남자와 아이를 지키기 위한 ‘희생’의 아이콘으로 비화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할망’과 ‘해녀’를 제외한다면 이번 뮤지컬에서 제주콘텐츠로 볼 수 있는 부분은 부족했다. 제주어 밴드 ‘사우스카니발’을 전면 내세우며 제주어를 알리는 듯 보였지만, 배우가 관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고, 복장도 평소 그대로 입고 나온 점은 그야말로 그들의 콘서트 장이었다.

공연은 끝나고, 과제는 남았다. 해녀가 제주의 대표 가치로 인정 된 만큼 문화콘텐츠로서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지속성’이 요구된다. 일회성 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닌 수정 보완 해 완성도를 높이는 지속적인 공연으로 이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