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희망 공존한 ‘문화예술 섬’ 제주

2016 제주문화계 결산 (3) 문화 예술의 섬
도민토론회·문화도시 행사 미흡, 합창단 지휘자 선정 ‘잡음’
서귀포 첫 창작오페레타·강정영화제 등 ‘변화·개혁’ 기대감

2016-12-29     오수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 날 갑자기 ‘문화융성’을 외쳤다. 제주에서는 원희룡 도지사가 ‘문화예술 섬’을 표방하며, ‘문화’를 도정 기조로 내세웠다. 도정을 넘어 국정의 의지까지 더해지자 곧 우리나라가 문화로써 한층 부드럽고, 문화 감동을 자아내게 될 것인가 하는 기대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러나 얼마 후 돌아온 것은 예술을 ‘데이터 수치화’ 하고 있는 문화행정의 모습과 권력으로 문화계를 통제하려던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상. 이 같은 모습들은 ‘문화융성’을 외치는 행정이 스스로 문화 정책의 후퇴를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에 이르렀다.

올 한해 ‘문화예술의 섬’ 제주는 정신없이 바빴다.

‘문화예술의 섬’을 조성하기 위해 개최된 8번의 도민토론회는 수요자인 도민의 문화향유에 대한 논의는 쏙 빠진 채 소리 소문 없이 마무리 됐고,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제주는 촉박한 일정과 논란 속에서 한·중·일 3국에서 각종 문화행사들을 추진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또 제주특별자치도립 제주합창단은 지휘자 재위촉 과정에서 불거진 행정과의 불협화음으로 진실공방이 이어지자 지역 합창단으로서의 역량은 보여주지 못한 채 ‘논란’으로만 1년 내내 몸살을 앓았다.

그럼에도 ‘문화 섬’에 대한 기대는 놓을 수는 없었다. 빠르고 정신없이 돌아가던 제주문화현장에서도 서귀포시의 첫 창작 오페레타 ‘이중섭’의 성과,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최, 미술품 구매에 낯선 제주지역에서 아트페어 활성화 등은 아직은 낯설지만 ‘문화’에서의 감동을 기대해보기 충분했다.

또 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김창열미술관장, 제주도립무용단장 등 수장들의 새인물 교체도 후반기 제주문화 정책과 맞물려 변화를 기대해 보게끔 했다. 안정적인 현상 유지보다는 ‘변화’와 ‘혁신’이라는 모험에 맞서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후반기 문화예술 섬 정책이 시행된다. 제주비엔날레 개최, 섬문화축제, UCLG 문화정상회의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제주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한 문화평론가는 말했다. 문화는 혼자 만들어 즐긴다고, 화려하게 유행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화합’ 없이는 문화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