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용무도-군주민수’로 幕 내린 2016년
‘혼용무도’로 점철됐던 2016년 대한민국이 결국은 ‘군주민수’로 그 막(幕)을 내리고 있다. 참으로 나라와 국민 모두가 혼돈의 와중에서 헤매었던 한 해였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 때문에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은 것을 ‘혼용무도(昏庸無道)’라고 한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최순실이란 일개 강남아줌마에게 휘둘린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로 인해 국격은 무너져 내렸고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절망에 빠졌다.
‘군주민수(君舟民水)’는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순자(荀子) 왕제(王制)편에 나온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다.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도 하지만 그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임금)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국을 불태우며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이끈 ‘촛불민심’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사자성어’와 박 대통령은 악연의 연속이다. 교수신문이 선정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지난 한 해를 회고하며 진단하는 대학 교수들의 집약된 의견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대통령이 이를 답습하며 ‘예견’이 되고 말았다.
박 정권 첫해에 교수신문은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게 된다’는 도행역시(倒行逆施)를 선정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후에도 그 길을 그대로 걸었다. 이듬해인 2014년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의도적으로 옳고 그름을 바꾸어 놓는다’는 의미로, 대통령이 무엇에 홀렸는지 그 궤적을 따랐다. 그리고 이어진 사자성어가 바로 ‘혼용무도’와 ‘군주민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는 소통부재(疏通不在)에 있었다. 최소한 대학교수 등 외부의 ‘경고’를 경청이라도 했더라면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만이 옳다는 아집과 오기와 독선이 결국 대통령 탄핵(彈劾)이란국가적 비극을 잉태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와중에서 큰 희망을 보았다. 그것은 세계가 찬탄할 정도로 ‘촛불’을 든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었다. 이런 힘을 하나로 모아 응축시킬 수만 있다면 다시 거뜬하게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이제 ‘병신년’의 모든 것을 훌훌 털어 새로운 꿈을 안고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자. 분명코 내일은 오늘보다 좋고 기쁜 일들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