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産地전자경매, 유통혁신 계기로
지난달 22일부터 제주시농협 주체로 전격 시행된 ‘감귤 산지(産地)전자경매’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1개월 시행한 결과 거래가격이 도매시장 경매보다 최고 34% 높게 나타났다. 주산지인 제주에서 감귤 경매가 이뤄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평균 거래가격은 5㎏의 경우 상자당 평균 9400원(최저가 7000원, 최고가 1만2000원)으로, 같은 기간 도매시장 평균가격 7550원보다 24.5% 높은 값에 거래됐다. 10㎏/상자당 가격 역시 최저가 1만5000원, 최고가 1만7550원으로 도매시장 평균가격 1만1640원보다 34.7% 높게 거래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출하자는 물류비(物流費) 절감으로 수취가격이 증대되고, 소비자 또한 유통기간이 3일에서 2일로 단축됨으로써 보다 신선한 감귤을 맛볼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노지감귤에 국한됐던 경매대상 품목을 월동온주와 비가림 감귤, 만감류 등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 산지전자경매 활성화를 통해 감귤의 유통혁신(流通革新)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한 실정이다. 이번 경매만 하더라도 당초 연내 6000t 유통을 목표로 했으나 이달 23일 기준 고작 203.2t에 그쳤다.
연간 상품으로 출하되는 제주감귤이 35만t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10만t 이상이 전자경매로 이뤄져야 산지에서 가격 결정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무엇보다 대형 중도매인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현재의 산지경매는 전국 농협하나로마트 매매참가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전국 유통망을 갖춘 대형마트의 중도매인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전자경매 성공의 관건(關鍵)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고품질 감귤 출하를 통한 신뢰 확보 및 불량 감귤에 대한 ‘리콜 기준’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전자경매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도매시장과는 달리 화상(畵像)으로 감귤 샘플을 보고 낙찰 받는 방식이다. 경매 초기 불량 감귤이 속출할 경우 신뢰도 저하는 물론 전자경매 자체가 외면 받을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농협에만 맡겨선 안 된다. 유통혁신은 고품질과 함께 향후 제주감귤산업의 성패(成敗)를 좌우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관련예산 확보 등 제주자치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