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같은 예산만 낭비한 ‘오락가락 행정’
2016-12-27 제주매일
제주시가 한림읍 옹포~월령리 입구까지 옛 일주도로 5.4㎞ 구간을 ‘제주환상자전거길’로 조성한 것은 지난 2014년이었다. 이 사업엔 모두 16억91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당시 제주시는 “이 자전거길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러나 도로 폭 변경 없이 단순 차선(車線)조정으로 자전거도로가 조성되면서 차량 정체 및 불법 주·정차 등으로 인한 각종 민원이 잇따랐다. 이에 시는 1년여 만인 지난해 옹포리와 협재, 금능리를 우회하는 지방도(1132)로 자전거길을 변경했다. 그리고 올해 10월부터 9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기존 도로에 남아있던 ‘자전거도로’ 표시를 제거했다.
행정이 처음부터 지역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업에 나섰다면 계획 변경으로 인한 쓸데없는 돈과 인력 낭비(浪費)는 없었을 터였다. 이번에 도로 변경 및 차선 도색에 투입된 예산만 해도 수억원 대로, 이 모두가 피 같은 세금이다.
그런데도 시는 그 책임을 주민들의 불법 주정차 등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 때문’으로 돌리고 있다. 당초부터 반대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强行)했다는 지역주민들의 설명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한림읍 관내에서 관급공사가 잘못됐거나 부작용이 발생한 것은 한 둘이 아니다. 이는 시와 읍, 그리고 주민들 사이에 원활한 커뮤니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오락가락 행정’이 예산 낭비뿐 아니라 주민들의 불신(不信)마저 자초하고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