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환장’케 하는 ‘환상’자전거길

제주시 주민 반대 불구 설치 강행했다가 ‘원위치’
옹포 등 한림읍 지역…“예산낭비·근시행정” 지적

2016-12-26     박민호 기자

제주시가 최근 수천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 ‘제주환상자전거길’ 일부 구간을 원래의 도로로 변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도로 조성당시 주민들이 불법 주·정차 문제 등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근시안적인 예산낭비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26일 제주시에 따르면 자전거 정책의 모범도시로서 인식 전환을 도모, 장기적 관점에서 제주시 자전거 이용활성화 및 효율적 교통체계 구축을 위해 예산 9000만원을 투입, 지난 10월 18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제주시 한림읍 옹포교차로~협재해수욕장 일원 자전거 도로에 대한 ‘2016 자전거인프라 구축사업(차선조정)’을 추진했다.

‘제주환상자전거길’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4년 완공된 이 도로는 옹포리~월령리 입구까지 옛 일주도록 5.4km구간으로 당시 16억91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도로 완공 이후 제주시는 “자전거 이용자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제주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각광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하지만 도로 폭 변경 없이 단순 차선 조정으로만 자전거도로가 조성되면서 차량 정체, 불법 주·정차 등 각종 문제에 따른 민원이 계속돼 왔다. 이에 제주시는 자전거길 조성 1년 여 만인 지난해 옹포리와 협재, 금능리를 우회하는 1132지방도로 자전거 길을 변경했고 지난달 기존도로에 남아있던 ‘자전거도로’ 표시를 제거하는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현재 금능리 일부 구간에는 기존 ‘자전거도로’가 남아있는 상태다.

차선 도색 및 도로변경 문제에 대해 제주시는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 때문”이라며 책임을 지역주민들에게 떠 넘겼다.

제주시 관계자는 “자전거 도로 조성 이후 불법 주·정차로 인한 문제가 불거졌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협조해 줬으면 좋은 길이 됐을 텐데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아쉽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의 얘기는 달랐다. 자전거길 조성에 앞서 불법 주정차 문제와 좁아진 도로 폭에 따른 교통 혼잡 등의 우려를 전달했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은 “자전거길 조성 전 행정당국에 도로조성 이후의 문제점 등에 대해 설명했고, 반대 입장을 전했다”면서 “당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무시, 공사를 강행하더니 완공 후 교통사고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니 뒤늦게 원상복구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