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웅 계약 갱신’ 평가 적절성 논란

당시 참여위원 ‘미제레레’·‘미사곡’ 구분 못해 전문성 의문
市 “평론·작곡 활동가” 해명…모 음악인 “본 적 없는 인물”

2016-12-25     오수진 기자

제주특별자치도립 제주합창단(이하 제주합창단) 지휘자 심사 논란과 관련해 음악 비전공자인 평가위원의 심사가 전문성을 기하는 예술영역에서 평가자로서 적절했는지 여부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평가 당시 평가위원은 연주곡의 장르조차 구분 못한 채 실적 평가 의견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제주합창단 조지웅 전 지휘자(현 연구위원)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임기 말 근로계약 갱신 심사평가에서 비전공자의 평가와 실적평가 항목의 불합리함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었다.

본지가 입수한 조 전 지휘자의 당시 세부 평가 내용에 따르면 평가위원(연주평가)은 지난해 10월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린 제90회 정기연주회 ‘첼렌카의 미제레레(자비)작품57’에 대해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미사곡’을 첫 번째 레퍼토리로 선정한 것은 청중이 아직 공연에 몰입할 준비가 덜 된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시 연주된 ‘미제레레(Miserere)’와 ‘미사곡(missa)’은 비슷한 듯 하지만 엄연히 다른 곡으로 분류된다. 두 곡 모두 천주교 예배용으로 알려진 종교 음악이지만, ‘미사곡’은 천주교에서 전통 라틴어 가사에 의해 쓰여진 곡으로 오로지 사람 목소리와 오르겔로만 연주된다. 반면 ‘미제레레’는 전통 미사곡이 아닌 연주회용 단품곡으로 대중 연주를 위해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사람 목소리 등이 어우러져 연주되는 곡이다.

이 점은 음악평론가라는 평가자가 음악의 기본인 장르 자체도 구분하지 못한 채 평가의견을 내보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전 지휘자가 공개한 평가위원과의 전화 통화 내용에서 합창곡 ‘미제레레’ 관련 질문에 A위원(음악비평가·신학전공)이 말을 얼버무리며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분의 전문성은 모르지만 조례에 따라 위촉했고, 작곡도 하고 평론도 하니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음악비평 전문가로 활동해왔다는 그의 비평 리뷰기사는 도내에서 40여 년 이상 지휘와 음악 감독으로 활동 해온 음악인들에게도 금시초문이었다.

음악인 B씨는 “비평가는 가장 많이 공부한 사람이어야 한다. 평가를 제대로 해줄 만한 평가자가 있다면 연주자는 행복한 일이다”라면서 “음악 비평을 할 만한 실력이라면 대단한 실력자다. 그런데 그 사람의 리뷰는 내가 여태껏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