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결탁한 언론·재벌·검찰 책임 크다”

‘촛불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고희범 前 한겨레 대표

2016-12-25     고상현 기자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했죠.”

24일 오후 열린 ‘박근혜 즉각 퇴진! 제10차 제주도민 하야크리스마스 촛불집회’에서 만난 고희범(65) 전 한겨레 대표이사는 이번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진 데에는 언론의 잘못이 크다고 말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떤 조직이든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 할 때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며 “언론은 이번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날 때까지 진실 보도, 권력 감시 등의 기본적인 역할을 다 하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번 사태처럼 언론인들이 정도를 지키지 못 한 채 권력자들에게 휘둘리는 게 한국 언론의 문제점”이라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프랑스 정부가 독일에게 부역한 언론인들을 극형에 처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 부역자들의 인적 청산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과 결탁하며 기본을 지키지 못 한 재벌과 검찰도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최근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을 신임 한국마사회장으로 내정하며 적극적으로 인사권 행사에 나서는 등 ‘대통령 코스프레’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국민의 명령은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려 했던 사드 배치, 위안부 졸속 합의, 국정 교과서 등을 당장 중단하라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황 권한대행은 기존의 실패한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국내적으로는 가계 부채가 언제 곪아터질지 모르는 위기 상황이다. 당면한 위기를 해결해야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서 국민적 반발이 심한 정책들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국민의 힘으로 이를 막고, 여‧야‧정 협의를 통해서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국가적 위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