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탄 전야에도 촛불민심 ‘활활’

24일 시청앞 10차 도민촛불집회 참여 활기
공연·캐럴 개사·산타 등장에 ‘축제 분위기’

2016-12-24     고상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심판 인용을 촉구하는 10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성탄절 전야인 24일 제주 도심에서 열렸다.

제주 지역 104개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은 24일 오후 5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제10차 제주도민 하야크리스마스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주최 측 추산 2500여명(경찰 추산 8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마임‧마술‧노래 공연, 산타 선물 증정 행사 등을 중심으로 한 성탄 전야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현 시국에 대한 풍자도 빠트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고요한 밤 퇴진의 밤’ ‘그네는 아니다’ 등 크리스마스 캐럴을 개사한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X-MAS 선물은 박근혜, 최순실, 우병우, 김기춘, 이재용 구속’ ‘퇴진 썰매 끌고 근혜야 감옥 가자’ 등의 피켓을 들었다.

남자 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김모(26‧여)씨는 “남자친구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으로서 집회에 참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집회가 딱딱하지 않고 축제 같아서 재밌다”고 웃으며 말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시민들은 현 시국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조승택씨는 자유 발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부역자 처벌, 박 대통령 퇴진이 이뤄지지 않는 등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더 이상 우리가 위임한 권력에 억눌리며 살지 않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 촛불을 들고 있다”며 “구시대의 정책이 바뀔 때까지 다함께 촛불을 들자”고 강조했다.

문정현(76) 천주교 신부는 “지금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헌재가 심리하고 있지만, 탄핵 되지 않을까 봐 몹시 불안하다”며 “탄핵안 가결까지 국민의 힘이 결정적이었듯 박 대통령 탄핵까지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본 집회를 마친 뒤인 오후 6시께부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하라” “국정 교과서 중단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등을 외치며 제주시청 대학로 골목을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