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아닌 신학전공자가 지휘자 심사

제주합창단 조지웅 전 지휘자 문서촉탁 공개
전문가가 심사했다던 제주시, 거짓말도 ‘들통’

2016-12-22     오수진 기자

제주시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그동안 제주시는 제주합창단 조지웅 전 지휘자(현 연구위원)가 임기 말 근로계약 갱신 심사평가에서 납득할 수 없는 낮은 평가 점수를 받아 부당함을 주장하며 평가기준과 평가위원 공개도 요구했지만, 줄곧 심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조 전 지휘자와 제주시의 법정공방 과정에서 이를 뒤집는 근거가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립 제주합창단 조지웅 전 지휘자는 22일 제주시내 모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질 없는 평가위원들에 의한 평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조 전 지휘자가 공개한 ‘제주합창단 지휘자 실적평가 심사위원 선정 및 구성’ 내용에 따르면 연주평가 부분 평가위원 중 음악평론가라는 A위원은 작곡과 음악평론을 전공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는 제주시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A위원은 최근 조 전 지휘자와의 통화에서 국내 모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독일에서 연주와는 관련 없는 ‘철학’ 과목에 대한 석사 과정에 입학은 했지만, 수료는 하지 못해 학위는 받지 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조 전 지휘자의 통화 녹음 내용 공개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들은 조 전 지휘자와 제주시가 진행하고 있는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공무원들에게 요구한 문서송부촉탁 내용으로 확인된 것이다.

실제 예술 분야의 모든 심사는 심사위원의 위상 자체가 전체적인 평가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만큼 심사위원이 누구인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제주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조례에 보면 관련 분야 학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며 “이분이 작곡도 하고 평론도 하니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위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 전 지휘자는 “그간 두 차례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심사위원 명단 공개를 요구했지만 거절하다 이번에야 알게 된 것”이며 “개인과 공립예술단 평가를 그것도 신분이 좌우되는 매우 중요한 평가를 무자격자에게 비밀로 평가하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복수의 예술계 관계자들은 “제주시의 거짓 행정과 비전공자에 의한 심사에 대해 놀랍다”면서도 “오랜 시간 행정의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었던 예술계의 실상이 이제야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