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클린하우스 지킴이 동원’ 물의

“새벽 4시까지 봉사할 학생을 찾습니다”
일부 읍·면·동주민센터 일몰 후 봉사협조 공문
“행정 제정신인가”…부화뇌동 교육청도 문제

2016-12-20     문정임 기자

쓰레기 줄이기라는 지역 절체절명의 과제에 시민참여를 늘리기 위해 아이들을 동원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행정은 환경 교육의 일환이라는데 일각에서는 동원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고 있다.

초·중학교 자녀를 둔 A씨는 얼마 전 지역 주민센터로부터 클린하우스 지킴이 봉사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참여대상은 초등학교 4~6학년 학생과 중·고생 및 학부모로 학생 1명과 학부모 등 성인 1명이 조를 이뤄 클린하우스에서 요일별 분리 배출을 감시하고 유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공문에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봉사활동 확인서와 휴대용 장바구니를 지급한다고 적혀 있었다. 참여기간은 12월 1일부터 31일, 시간은 평일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였다.

A씨는 “안 그래도 추운 날 유인물을 들고 클린하우스 앞에 서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깝다고 느꼈는데 마침 공문이 왔다”며 “어른이 할 일을 그것도 해가진 겨울날 아이들에게 떠미는 것 같아 미안하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에서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봉사자를 모집하면서 시간을 오후 3시부터 새벽 4시까지로 제시하기도 했다.

제주시에 거주하는 B씨는 “중·고등학생의 경우 단독으로 새벽 4시까지 클린하우스 지킴이를 할 수 있다”는 주민센터의 공문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제주시는 “읍면동별로 쓰레기 배출방법을 알리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일부 지역에서 무리한 감이 없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대만 다를 뿐, 제주시도 지난 16일 이미 제주시교육지원청에 일선학교 학생들의 봉사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앞서 9월 제주시와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쓰레기 감축을 위한 공동 대응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9일에는 환경문제에 대한 교육현장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제주시내 초·중 교사 90여명을 도두 하수처리장과 회천동 쓰레기매립장으로 견학시키기도 했다. 이번 공문 발송도 협약 이행의 일환이다.

제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가정에서부터 환경 교육을 시킨다는 의미에서 학생 봉사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최근 도내 각 마을과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내세운 쓰레기 감축 활동이 부쩍 늘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시민들조차 수긍하지 않는 쓰레기 배출 방식을 홍보하는데 추운 겨울 아이들의 손을 빌렸다는 것은 손쉽게 계도를 하려는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비칠 수 있다”며 “아이들은 오히려 잘 만들어진 쓰레기 배출 시스템을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모습에서 더 능동적인 시민 의식을 키워갈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