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제주 이웃돕기 관심 ‘찬바람’

‘사랑의 온도탑’ 24도…지난해 보다 6도 낮아
자선냄비도…현 시국·사회 불신에 ‘기부 한파’

2016-12-20     고상현 기자

‘24도’ 20일 오후 4시께 제주시 구 세무서 사거리(8호 광장)에 있는 도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다. 다음 달 말까지 모금 목표인 40억 원의 1%(4000만원)가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올라가지만, 현재 작년 이맘때(30.4도)보다 낮다. 공동모금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고액 기부뿐만 아니라 쌀 등 물품 기부도 지난해보다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안 좋을 때도 쌓이던 온정이 올해 유난히 인색해지면서 ‘기부 한파’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겨울철 거리에서 울려 퍼지던 ‘사랑의 종소리’도 희미해지고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유정훈 제주구세군 대표사관은 “지난해(500명)보다 봉사자 수가 300명 정도 줄면서 제주시청 인근만 구세군을 운영하고 있다”며 “모금액도 현재 지난해(4000만원)의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이처럼 온정의 손길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거리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사회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졌다고 얘기한다. 김우용(29)씨는 “시국이 혼란스럽고 아무래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 보니 모금이나 성금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지영(35‧여)씨도 “적은 돈이라도 기부를 했었는데 막상 기부를 하면 이것을 어디에다 어떻게 쓰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꺼려진다”고 했다.

서영숙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기부 독려를 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을 만나보면 다들 경기도 어렵지만 사회에 대한 불신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며 “최순실 사태 때문에 정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정작 도움을 못 받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주변에 삶이 힘들고 지쳐서 쓰러지신 분들이 많다”며 “시국이 시국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