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아이들의 경쟁력 ‘놀이’

2016-12-12     김순관

창의·상상력 교육과정 내년 ‘확대’
도민 공감 ‘제주형 놀이터’도 필요

연말이 되면 유수의 언론사들이 한 해를 결산하며 ‘10대 뉴스’를 뽑는다. 나의 ‘2016년 1위 뉴스’는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이다. 여느 해보다 국내 뉴스가 뜨거웠다지만, 알파고가 남긴 충격과 영향력에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어떤 미래를 펼쳐놓을 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는 불확실한 변화가 계속 다가올 것이다. 이에 아이들은 불확실한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적응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과 차별되는 인간 고유의 본성, 예술적 감수성과 배려·협력의 가치, 소통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를 한꺼번에 함양할 수 있는 획기적인 교육과정이 있다. 바로 ‘놀이’다.

아이들 성장과정에서 ‘놀이’가 터부시된 적이 있었다. ‘공부’와 ‘놀이’를 적대적 관계로 설정한 결과다. 이런 인식 속에서 우리는 “노는데 정신 팔리면 공부 못 한다”라고 믿어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놀이’가 재평가되고 있다. 놀이가 아이들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긍정 평가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놀이가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 학습능력과 더불어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부모와 관계 개선은 물론 아이들이 서로 부대끼는 과정에서 학교폭력도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부응해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해 5월4일 아이들의 ‘놀 권리’ 회복을 위해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했다. 어린이 놀이헌장은 “어린이에게는 놀 권리가 있다” “어린이는 차별 없이 놀이 지원을 받아야 한다”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아이들이 놀이를 충분히 즐길 물리적·사회적·교육적 조건이 마련되지 못한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교육청은 내년에 초등학교에서 ‘신나는 중간 놀이 시간’을 운영한다. 학교 내에 간이 놀이시설을 확대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고리던지기·사방치기·고무줄 등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중·고등학교는 ‘쉼(休)이 있는 일과시간’을 점차적으로 도입한다. 2교시 후 쉬는 시간 20분을 운영할 방침이다. 추가 시간은 일과시간을 10분 일찍 시작하거나 점심시간을 10분 늦추는 방식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배움 중심의 교육활동을 위해 유·초등학교에서 매일 1시간 교실 밖 수업을 활성화하고, 연 1회 ‘사제동행 통학로 걷기’도 실시한다. 놀이를 교육과정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역량도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초등교사를 중심으로 놀이·예술·체육 연수를 확대할 방침이다.

놀이는 학교 밖에서도 아이들과 함께해야 한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역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우선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기존의 놀이 공간을 교육 친화적이고, 성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올해 5월 순천에서 처음으로 개관한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 모델’ 도입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엉뚱발뚱’은 틀에 박힌 시설물을 벗어나 가공하지 않은 주변 지형과 자연물을 이용해 놀이기구가 최소화된 놀이터로 조성됐다. 하루 평균 200명, 주말 평균 700명의 어린이들이 찾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이 줄을 잇는 대표적인 ‘창의 행정’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앞서 전제돼야 할 것은 ‘놀이’에 대한 도민사회의 긍정적인 인식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제주매일과 미디어제주의 연속 보도특집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시즌2 –놀이는 교육이다’는 인식변화를 위한 소중한 소통의 통로가 돼줬다. 이 지면을 빌려 감사를 드린다. 지금의 성과를 기반으로 놀이와 교육과정이 잘 어우러지는 학교 현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