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축소 왜곡, 국정교과서 폐기해야”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국정(國定)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확인한 결과, 제주4·3의 경우 지나치게 축소·왜곡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유족회를 비롯 도내 정치권 등 각계에서 국정교과서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양윤경)는 30일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발표한 국정교과서가 ‘화해(和解)와 상생(相生)’이라는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짓밟고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를 크게 훼손했기 때문에 결사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현대사 최대 비극인 제주4·3에 대한 축소 및 왜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정부는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제주도당 등 정치권도 성명을 내고 “국정 역사교과서는 친일 역사를 축소하고 박정희 독재를 미화하는가 하면, 제주4·3 역시 축소와 왜곡(歪曲)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국정교과서 폐기를 요구했다.
심지어 새누리당 제주도당마저 “그동안의 ‘4·3 해결의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주자치도 또한 “화해와 상생의 정신에 기초한 제주도민의 4·3 해결을 위한 노력이 빠져 있다”며 미흡한 서술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지난 28일 공개된 국정교과서 검토본은 ‘제주 4·3사건’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1947년 3·1절 기념 대회에서 경찰의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했고, 1948년 4월3일에는 5·10 총선거를 반대하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1954년 9월까지 지속된 군경과 무장대 간의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많은 무고한 제주도 주민들까지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제주도에서는 총선거가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였다….”
이처럼 국정 역사교과서는 4·3사건의 발발 원인과 배경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축소와 생략으로 아주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다. 때문에 국가 공권력(公權力)에 의한 수많은 양민학살이 벌어진 역사적 비극의 원인이, 마치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에 있는 것처럼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역사는 과거의 거울이자 미래의 거울이기도 하다. 때문에 특정 정권이나 집단의 전유물이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금언(金言)을, 왜 우리는 자꾸 잊고 부정하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