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실적 아닌 기초·저변을 키우자”
‘메달지상주의’ 제주체육 패러다임 바꿔야
(4) 1회성 성적 유혹 버릴 때
지난 10월 제97회 전국체전에서 돌아온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는 “기존의 학교운동부와 직장경기운동부 중심의 선수 육성체계가 아닌 단체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균형 발전을 위한 선순환 구조로 전환, 우수선수 발굴 육성 체계로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체육 발전을 견인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체육회의 이 같은 발표는 메달 지상주의 선수 운영 방식의 종말을 의미한다고도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14년 제주에서 개최된 제95회 전국체전에선 대회 직전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비롯해, 상무, 마사회, 대한항공, 현대제철 등 주요 실업팀의 연고지를 제주로 이전하면서 종합 11위까지 오르는 성적을 거뒀다. 당시 돈으로 메달을 샀다는 비아냥거림도 들어야 했지만, 안방에서 최하위 성적을 보여줘선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거액 연봉 선수 영입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제주체전 이후 2년여가 흐른 지금 제주선수단의 메달 대부분은 여전히 직장운동경기부를 비롯한 일반부 선수들이 담당하고 있다. 대회가 끝날 때 마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구조개선과 우수선수 발굴·육성을 호언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체전에서 제주와 꼴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세종특별시의 사례는 제주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세종시 체육회 관계자는 “전국체전의 경우 메달도 중요하지만 종합점수로 순위를 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다(多)메달 획득 보단 단체 종목을 중심으로 한 다종목 출전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매년 전국체전에서 종합점수를 늘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세종시의 성장은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다. 올해 기록만 놓고 보면 제주가 금메달 17개와 은메달 27개, 동메달 38개 등 모두 82개의 메달을 획득, 1만641점으로 종합 16위를 기록했고, 세종시가 금메달 7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9개 등 모두 24개의 메달을 획득, 8125점으로 종합 17위에 올랐다. 메달 획득만 놓고 보면 58개 차이지만, 종합점수 차이는 2516점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 2012년 대구에서 개최된 제93회 전국체전에서 3279점을 획득한 세종시는 이듬해 제94회 대회에선 4049점, 제95회 대회 5415점, 제96회 대회에선 7911점 등을 획득했다.
같은 기간 제주도의 종합점수는 제93회 대회 8880점, 제94회 대회 1만2312점, 제95회 대회(제주개최) 3만1860점(종합 11위), 제96회 1만2966점, 그리고 올해 제97회 대회1만641점 등이다.
세종시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제주는 외부에서 선수 수혈을 받았던 제주대회를 제외하면 사실상 정체된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체육계 안팎에선 메달만 바라보는 정책을 바꾸지 않은 한 당장 내년 대회에선 세종시에 역전을 당하는 수모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엘리트 체육 선수 모두는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훈련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전국체전 성적이 선수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선수들이 메달이 아닌 참가(경험)에 의미를 둘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