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결과 드러난 ‘사립유치원의 민낯’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 사립유치원들의 운영 행태가 아주 엉망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치원 운영비를 개인금고처럼 부당하게 사용하는가 하면, 유아교육 해외연수에 교사를 배제시킨 채 남편이나 아들 등 가족을 보낸 곳도 있었다. ‘사립유치원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이 도내 사립유치원 20곳을 감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제주시 A유치원의 경우 원장이 남편 명의의 땅에 유치원 운영비 1000만원을 들여 전기와 화장실 등 개인시설을 설치했다.
또 간호사 자격이 없는 여동생을 직원으로 채용한 뒤 원장 임의대로 급여를 지급했고, 숲 해설 프로그램 운영 명목으로 친인척을 고용해 총 440만원의 강사료를 지급했다가 적발됐다.
B유치원 원장은 소속 교사들에겐 공립유치원 교사 급여의 80%만 지급하면서 정작 자신은 한 달에 수당 포함 1000만원이 넘는 급여를 수령했다. 이 원장이 받은 기본급은 공무원 보수규정의 교사 최고호봉(40) 기본급보다 484만원이나 더 많은 886만여원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감사에서 급여 문제로 견책처분을 받았던 한 원장은 이에 아랑곳 않고 성과상여금(860만원)까지 챙기는 두둑한 배짱을 보였다. 원장 개인의 동창회비나 대학축제 후원금을 업무추진비에서 부당 지급하는 사례도 허다했다.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으로 지원한 예산이 터진 바가지에서 물 새듯이 줄줄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감사에선 전체 사립유치원 20개원 가운데 9개원 24건이 적발됐다. 도교육청은 2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고 3개 유치원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이 같은 비리가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차제에 사립유치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법적 시스템 미비로 공금 유용 등이 횡행하는 것은 아닌지 전면적인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