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고지대 점령한 제주조릿대

2016-11-28     제주매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5일 개최한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 따르면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고지대인 해발 1400m 이상 21.55㎢ 면적 가운데 88%인 19.03㎢에 제주조릿대가 확산돼 있다. 특히 분화구 주변 및 암반지역·습지·인공시설물 구역을 제외하곤 제주조릿대가 분포, 사실상 1400m 이상 전 지역으로 확산돼 있는 실정이다.

제주조릿대 확산으로 한라산 식생의 다양성이 크게 위축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한라산 백록담 바로 밑 해발 1800m 지역 제주조릿대 군락 1만㎡에서 조릿대를 벌채한 결과 해당 지역에 자생하는 털진달래의 34%가 고사한 가운데 55%도 생육상태가 불량했다. 산철쭉도 우량한 것은 전체 3993그루의 5%인 217그루에 불과했다. 40%는 생육상태가 불량이거나 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조릿대가 한라산 고지대 식생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부각,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행정의 대처가 늦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조릿대의 한라산 식생 잠식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은 자명하다. 해발 1400m 이상 면적의 90% 가까이 잠식하는 일이 일순간 이뤄질 수는 없다. 매년 점진적으로 면적을 넓혀왔을 것이다. 만시지탄이나 대책 마련에 나서는 만큼 보다 효율적인 대처를 촉구한다. 조릿대의 확산도 식물계 전체적으로 보면 온난화 등 기후변화 또는 조릿대 자체의 자생력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따라서 그냥 놔둬야할 수도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심각한 것은 한라산 식생의 다양성 저해다. 따라서 제주조릿대 문제는 한라산 식생의 복원이 아니라 식생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것이다.

자연의 변화를 일정부분 수용하면서 한라산 식생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 찾기를 주문한다. 아울러 조릿대의 기능성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조릿대의 자원화를 통한 이용 방안도 필요하다. 한라산의 식생의 다양성 훼손이 최소화되면서 조릿대를 활용하는 일석이조의 방안의 도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