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국정교과서 속 제주4·3 ‘축소’

검정교과서 비해 분량 줄고 단순 나열 수준
이석문 교육감 ‘사용 불가’ 대응 의지 피력

2016-11-28     문정임 기자

28일 교육부가 공개한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제주4·3은 대폭 축소 기술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의 검정교과서보다 못 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날 하루 각계에서 비판 성명이 잇따랐다.

이날 교육부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개본을 보면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모두에서 제주4·3은 기술 부피가 크게 줄었다.

기존 검정교과서에는 사건 발발에 대한 배경과 구체적인 희생자 규모, 역사적 의의, 진상규명의 과정이 문장과 사진, 각주 등을 통해 비교적 상세히 전달됐지만 국정교과서에는 사건이 몇 줄로 단순 나열되는데 그쳤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은 이날 4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검정과 새 국정교과서의 내용을 비교하며 이번 국정교과서에는 제주4·3사건이 전면 후퇴 기술됐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오후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국정교과서의 제주4·3기술에 대해 “발생 원인이 단순 처리됐다”며 “당시 제주 상황과 제주를 둘러싼 정세, 제주 사람들의 삶 등이 제시되지 않아 다른 지역 학생들이 제주4·3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경우 내년 1학년 역사를 채택한 중학교가 한 곳도 없고 고등학교는 30개교 중 17개교가 역사를 선택했는데 검인정교과서를 쓰는 방향으로 하겠다”며 사실상 제주지역 학교 현장에서 국정교과서 사용 불가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 교육감은 “기본적으로 국정교과서 발간 자체에 원론적으로 반대한다”며 “수능시험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검인정 교과서를 쓰는 것에 다소 고민은 있지만 그만큼 국정교과서가 강행되지 않도록 타 시도 교육감들과 적극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중단과 폐기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더불어 제주지역 강창일, 오영훈, 위성곤 국회의원은 공동 성명을 통해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제주4·3사건에 대해 망언을 쏟아낼 때부터 가졌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추진 철회를 강력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