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모든 것들에 감사하던 그를 그리며”
성당 피살 故김성현씨 유고집 ‘국화향이~’ 간행
28일 신제주성당 ‘주인없는 슬픔의’ 출판기념회
성당에서 기도를 하다 중국인에 의해 살해된 故김성현 씨의 유고집이 최근 발간됐다.
故 김성현씨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시집 간행을 준비하던 중 지난 9월 갑작스런 피습사건으로 미처 발간을 보지 못한 채 운명을 달리했다.
가족들이 고인을 대신해 작업을 마무리한 이번 시집은 ‘국화향이 나네요’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연보랏빛 국화가 실린 고인의 시선에는 모두 110여 편이 실렸다.
시에는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일상에서 마주한 사소한 사물 하나에서도 고마움을 느끼는 고인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이 모습에서 어머니를 떠올리고 세월의 흐름을 무상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유치원 사각모를 쓴 아들이 웃고 있다//웃음을 잡으려 다가서면 장성한 아들은 저만치 물러서 있고/학교 가던 길 차안에서 먹여주던 김밥만 덩그러니 식탁을 지킨다…내 어머니의 길에 들어설 즈음/손자의 재롱으로 웃는다’(‘내 어머니의 길에 들어설 즈음’ 중에서).
시집에는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가 고인에게 보내는 강론의 말씀과 가족이 고인을 그리워하면 쓴 글들이 함께 수록됐다.
28일 저녁에는 고인이 다니던 신제주성당에서 유고집 발간을 축하하는 슬픈 출판기념회가 열리기도 했다.
故김성현씨는 1955년 제주생으로 2007년 영세(세례명 루시아)를 받은 이후 제주교구말씀봉사자, 함께하는 여정 봉사자, 소공동체협의회 구역반장 등으로 활동하던 중 2016년 9월 선종했다. 2007년 계간 ‘표현’으로 등단한 뒤 한수풀문학회와 돌과바람 문학동인, 제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