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외면하는 제주도 전기차 정책
충전소 402곳 모니터링 결과 ‘모두 불합격’
접근 막는 철제구조·높은 안내화면 등 문제
제주도가 매년 적극적으로 전기차 관련 기반 시설 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전기차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편의는 외면하고 있다.
특히 이는 원희룡 도지사의 공약 사업으로 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무장애 도시를 위한 ‘제주 유니버설 디자인’ 정책에도 배치되는 것이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제주도가 ‘탄소 없는 섬 제주 전기차 시범 도시’로 선정된 이후 제주도에서는 국내 최초로 전기차 민간 보급을 하고, 관공서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전기차 보급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는 장애인 편의를 위한 고민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전체 전기차 보급 대수(2360대) 중 5%(114대)가 장애인들이 타고 있지만, 이들 대개가 전기차 충전소의 접근성이 떨어져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8일 제주장애인인권포럼에 따르면 도내 공공시설 및 민간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402개소를 모니터링 한 결과 접근성 여부, 충전기 사용가능 여부 등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은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내 상당수의 전기차 충전소가 충전기 앞에 철제 구조물인 안전바가 있어 유효 폭이 확보되지 않았거나 충전기, 케이블, 안내 화면 등이 장애인이 이용하기엔 너무 높은 곳에 있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현재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되는 환경부의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설치 운영 지침’에는 장애인을 위한 설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응범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사무국장은 “원 도정의 주요 공약인 유니버설 디자인의 가치와 철학에 따라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충전소가 고압시설이다 보니 전기 관련 법률에 의해서 규격이 정해져 있어서 도에서 마음대로 설치 기준을 바꿀 수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법 개정 등을 통해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